中 10조 반도체 공장 운영, 韓 컨설팅업체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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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무·SK하이닉스 CTO중국 광둥성 주하이에 지어지는 최신 시스템 반도체 공장의 공정 설계와 생산관리를 한국 컨설팅업체 진세미가 맡게 됐다.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공장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핵심 역할을 한국인들이 담당한다. 공장 건설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최대 2조원 규모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임한 최진석 진세미 사장
공정 설계·생산관리 도맡아
대만에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최진석 진세미 사장(사진)은 지난 24일 중국 선전에서 기자와 만나 “주하이 반도체 공장에 어떤 설비와 장비를 넣을지 선택하는 것은 물론 공정 라인을 배치하는 일까지 맡게 됐다”며 “한국 업체들에 장비 공급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공장이 완공된 뒤에도 3~5년간 생산 관리를 맡을 예정이다.글로벌 전자업체 A사가 짓는 주하이 반도체 공장에는 장비 및 설비 구매에만 10조원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전자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A사는 이 공장을 통해 휴대폰 센서칩 등 핵심 시스템 반도체를 내재화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 시점은 2022년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굴기’와 함께 중국 곳곳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고 있지만 한국 장비업체들은 납품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공장 건설의 주축이 된 대만 기술자들을 중심으로 카르텔이 형성된 탓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일본과 대만 장비들이 우선권을 얻었다.
하지만 주하이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계기로 한국 장비업체들에도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최 사장은 “한국 장비업체 경쟁력이 높아져 상당수 일본 장비를 대체할 수 있다”며 “자체 분석 결과 주하이 공장 장비의 15~20%를 한국산으로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최 사장이 A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은 미국 마이크론의 대만 공장 컨설팅에서 거둔 실적 덕분이다. 2015년 이후 3년8개월간 마이크론 D램 공장의 생산관리를 맡아 추가 설비투자 없이 생산성을 20% 끌어올렸다. 최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까지 승진한 뒤 2001년 SK하이닉스로 이직해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지냈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12인치 웨이퍼 가공기술 개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임원 승진 보증수표’로 불리던 삼성 기술대상을 세 차례 받았다. SK하이닉스에서는 생산성 혁신을 통해 제조원가 등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2010년 SK하이닉스를 나온 뒤에는 태양광업체인 STX솔라, 한화큐셀 등에서 CTO를 맡았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