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합군 퇴출 작전에 '고립무원'…화웨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트럼프 '中 혁신 상징성' 정조준
5G 통신장비부터 스마트폰까지
日·英·호주 등 '글로벌 보이콧' 물결
미·중 무역전쟁 이후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별명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다. 하지만 올 들어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 기업 경영자 중에 가장 활발히 언론과 만나고 있다. 기자들의 국적별로 주최한 대규모 기자간담회만 벌써 네 차례에 이른다. 그는 시종 밝은 표정을 지으며 “각종 불이익에 대한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왜 화웨이인가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의 이름을 올렸을 때만 해도 제재 대상이 통신장비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이달 들어 구글과 퀄컴, ARM 등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언급하고 있다. 모두 화웨이의 스마트폰 개발 및 판매와 관련해 중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다. 화웨이의 양대 제품인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이 모두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며 단일 기업으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기업이 됐다. 중국에는 화웨이 이상으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이 상당하다. 기술 빼돌리기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업들도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핵심 타깃이 된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화웨이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자오아오(驕傲·긍지)’다. 중국 산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중국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은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중국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다.하지만 화웨이는 다르다. 통신장비에서 화웨이는 5G 관련 특허와 기술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5G 통신장비를 가장 빠르고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도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밝혔다. 프리미엄폰은 판매가에서 삼성 애플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런 점에서 화웨이에 집중된 미국의 제재는 서서히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국 산업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투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위기 돌파할 수 있나

런정페이 회장의 자신감은 이 같은 집중적인 견제 앞에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통신장비에서는 미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는 중국 정부가 5G 네트워크 개통 시점을 앞당기는 등 정책적인 수단을 동원해 매출 감소 등 화웨이가 입을 직접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5G에서 확고한 1위로 자리 잡겠다는 화웨이의 전략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화웨이 도입이 금지된 국가의 시장을 고스란히 경쟁자들에게 내줄 수밖에 없어서다.스마트폰에서는 더욱 피해가 크다. 미국 퀄컴과 영국 ARM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한 것이 특히 뼈아프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ARM이 제공하는 아키텍처 없이는 제작이 어렵다. 퀄컴은 ARM의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AP인 스냅드래곤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이 두 회사의 도움 없이는 사용 시간과 속도 등에서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다. 구글의 서비스 제공 중단도 해외 판매에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구글의 유튜브와 지메일 등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꼭 필요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극적인 타결을 이루지 않는 이상 화웨이가 입을 타격은 불가피하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예상치 못한 실책 하나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게 전자기기 시장이다. 화웨이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선전=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