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은 "하노이 이후 '한반도 대화 정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비롯한 각국 정보기관들은 냉철하게 현상을 바라보고 '미세한 변화의 징후'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서 원장은 27일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보, 북한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개최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개회식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 원장은 "정보기관은 국가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예봉이자 방패"라며 "'대치 속에 움튼 평화의 징조'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보며, 때에 따라 '평화를 견인'하는 척후병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정보기관들이 평화 프로세스 견인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을 연상시키는 언급이다.아울러 "국가 간 정보협력의 과정에서 정보기관들은 국가 간 갈등을 무력분쟁이 아닌 협상과 외교로 해소시키는 데에도 보이지 않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도 2년 전 현직에 복귀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진 정보협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해결과 함께 마지막 냉전의 흔적을 없애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중대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한반도에서, 정보 베테랑들이 다시금 지혜를 나누게 되었다"고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북한이) 판 자체를 깨지 않으면서도 판 흔드는 나름대로의 전략적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의 변화를 주시해온 전 세계 정보기관에는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평가했다.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연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행사는 각국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 문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글로벌 안보 이슈에 관해 토론하는 장이다.
16개국 출신 30여명의 전문가가 오는 29일까지 사흘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방향과 국제사회의 동행', '하노이 이후 비핵화 협상',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정세 변화', '극단주의 위협·난민·불법이주 문제의 부상' 등을 주제로 공개·비공개 회의를 이어간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에서 지난해 북미협상의 막후 채널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그레고리 트레버튼 전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등이 참석했으며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정보관,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손토 쿠조 전 국가안전부장, 인도네시아의 마르시아노 노르만 전 국가정보부장 등 외국 정보기관의 전직 고위인사들도 여럿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윤영관·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