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내홍 '2막'…이번엔 혁신위원회 놓고 '동상삼몽'

安계 "정병국 혁신위"·孫 "중립 인사"·劉계 "지도부 사퇴 먼저"
지도부 퇴진을 둘러싼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혁신위원회 설치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다수 의원은 내홍 수습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혁신위원회 구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구체적 권한과 혁신위원장 문제 등을 놓고 당권파, 안철수계, 바른정당계 등 세 계파 간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또 한 번 충돌이 예상된다.

혁신위 출범은 손학규 대표의 퇴진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 6명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정당계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설치를 제안했다.

혁신위가 내달 말까지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논의한 뒤 최종 결정안을 내놓으면 당 지도부는 조건 없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병국 혁신위'는 손 대표가 지난달 당 수습 방안으로 내놓은 카드이기도 한 만큼 이른바 당권파도 이견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이태규 의원은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당내 공감대 확보를 위해 6명이 노력하겠다"며 "당 지도부는 국정 현안에 집중하고 당의 내부 혁신 부분은 혁신위에 맡겨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당내 혁신안을 내놓을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손학규 체제'를 인정하겠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안철수계의 제안이 지도부의 단계적 퇴진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은 없다"며 "혁신위원장은 당의 비전을 실천하고 미래를 열어갈 인사, 당의 화합을 이끌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서도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하는데 당 대표의 퇴진 문제가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혁신위원장 문제와 관련해선 "열흘 전에도 정 의원과 만났지만, 본인이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하더라"며 "당 내외를 넓게 살펴 적절한 인사를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오신환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 역시 안철수계의 '정병국 혁신위' 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른정당계 의원 다수가 '선(先) 지도부 퇴진, 후(後) 혁신위 출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 대표가 독단과 독선으로 혼자 당을 운영하면 어찌 당이 정상화될 수 있겠느냐"며 손 대표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도부 사퇴 없이 혁신위가 출범하게 되면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손 대표의 선 사퇴가 담보돼야 한다.혁신위 설치 문제에 대해서는 더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