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7일 현재의 북미간 상황에 대해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강조했다.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임 전 원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오찬사에서 이같이 밝히고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상호신뢰를 다지면서 단계적으로 병행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이 배포한 오찬사에 따르면 그는 "북한을 압박해 굴복시키려는 접근방법은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했고,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굴복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북한은 리비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결단하면 북한에 대해서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북핵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임 전 원장은 북한 핵 문제를 북미간 '적대관계의 산물'로 규정하며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모든 것을 희생하며 어렵게 마련한 핵무기를 결코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솔직히 북한이 '협상력이 될 핵무력'을 갖게 될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오판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제 핵무력을 완성했으니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계 정상화와 평화를 비핵화와 교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결단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나간다면 비핵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 전 원장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과 한미 안보동맹,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 후에도 나토(NATO)를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 미군이 유럽에 주둔하고 있다"고 상기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평화의 길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며 "평화를 향해 가는 길에 크고 작은 난관이 있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일관성 있게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