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사장 "24시간 배터리 생각 뿐…LG화학 분쟁 잘 대응할 것"

2년만에 출입기자 간담회…SK이노베이션·계열사 임원진 총출동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24시간 배터리에 대해 생각한다"며 배터리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최근 배터리업계의 최대 화두인 LG화학과의 법적 분쟁과 관련해선 가급적 말을 아꼈지만, 동요 없이 관련 사업을 추진해나갈 뜻을 내비쳤다.

김 사장 취임 후 열린 첫 간담회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이 날 행사에는 SK에너지 조경목 사장,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 SK루브리컨츠 지동섭 사장, SK인천석유화학 최남규 사장,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서석원 사장, SK 아이이테크놀로지 노재석 사장과 배터리사업 윤예선 대표 등 관련 임원 2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다음은 김 사장 및 주요 임원진과의 일문일답.
-- 취임 후 2년 만에 다시 기자간담회를 연 이유는.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배터리사업을 벌리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기술개발을 한 건 1995년부터다.

SK이노베이션 사장으로 부임해서 배터리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5개월간 공부해보니 이건 시작도 안 한 게임이었다.

배터리 자체도 해볼 만한 게임이지만 SK이노베이션이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으면 석유화학 등 기업 전체의 생존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업무 시간 중 얼마를 배터리에 할애하나.

▲ <김준> 24시간이다.

배터리만큼은 매주 직접 진도를 확인한다.-- 배터리사업 확장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은 없나.

▲ <김준> 항상 그 부분을 고민한다.

그렇지만 투자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다만 차입금만 가지고 조달하는 건 건전하지 않다.

조인트벤처(JV)를 많이 하는 것도 부담을 나누는 차원이다.

해외 사업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파트너를 많이 만든다.

혼자 조금 먹으려고 하는 것보다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는 것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본다.

-- LG화학과의 소송 진행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김준> 오늘 자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전략과 관련된 부분을 말하는 자리다.

기자들의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대응책을) 잘 생각해내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우리 입장은 이미 보도자료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구성원이 동요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고, 고객사가 걱정하는 부분이 없게끔 이 문제에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다.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쟁이 더 심해지는 쪽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더 집중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안타깝다.
-- 폭스바겐과의 JV 설립 추진 경과는.
▲ <윤예선 배터리사업 대표> 폭스바겐과 협의한 지 아직 1년이 채 못 됐다.

원래 SK그룹이 JV를 많이 하고, 또 잘한다.

잘 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준수 조약 등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

-- JV 설립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는.
▲ <윤예선> 폭스바겐과 같은 대형 완성차 제조사(OEM)의 관심은 배터리 기술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에 맞춰져 있다.

우리도 소프트웨어부터 시작해서 생산, 품질관리 등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우리의 자산, 지식재산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 국내 투자 계획은.
▲ <윤예선> 우리도 국내 투자를 하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 OEM이 물량이 많아지면서 차 공장 주위에 공장 건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서 수주한다.

국내에서 수주하면 당연히 국내에 공장을 짓고 투자도 늘릴 것이다.

-- 이란 제재로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을 못 하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이란산 원유를 SK이노베이션에서 제일 많이 써왔으나 최근에 한국 등에 대한 예외국 인정 연장이 불가해짐에 따라 더는 도입할 계획이 없다.

사전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카타르 등 원유도입선 다변화를 통해서 대비했다.
-- 구미형 일자리에 대한 생각은.
▲ <김준> 민감한 이슈다.

민간 기업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인 BaaS(Battery as a Service)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김준> 배터리 자체의 제조 경쟁력은 계속 높여가겠지만 향후 배터리와 관련된 부분도 다양한 형식으로 관련 서비스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배터리 렌털이나 리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기차 제조원가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날이 머지않다고 생각하지만, 보조금이 없어진 후 3∼4년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다.

배터리를 자동차 가격에 다 반영하지 않고 렌털이나 리스로 하면 확실히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배터리를 재수집해서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면 생태계에도 일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소재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올해 분사해서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되는데.
▲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과 폴란드에 설비 짓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에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본다.

-- 폴더블폰 이물질 문제가 폴더블폰용 디스플레이 필름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도 영향을 가지 않을지.
▲ <노재석> 폴더블디스플레이용 필름 '플렉서블 커버 윈도'(FCW)를 만들기 위한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가진 회사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뿐이다.

폴더블폰 이물질 문제는 FCW에서 기인하기보다는 설계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우리가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문제 제품과 우리 제품은 다른 측면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