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미래세대 재앙'

밖 아닌 안에서 자라 날로 커지는 위기
경제도 통일도 저출산도 미래세대 부담
청년들이 "내 나라다" 주인정신 갖기를

황영기 < 법무법인 세종 고문 · 前 금융투자협회장 >
대통령은 경제가 괜찮다고 하고 국민은 이렇게 나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누가 맞는지는 시간이 지나며 곧 알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가 과거에 어려웠던 이유를 보면 대개 외부에서 주어진 충격을 이겨낼 내부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1·2차 오일쇼크가 그랬고,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그때는 위기상황을 둘러싼 좌우상하 인식의 차이가 거의 없었고, 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에서도 정부의 리드에 국민이 잘 따라줬다. 위기의 정체가 분명했고, 외부에서 쳐들어온 것이므로 단결해 극복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우선,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생각이 다르다. 경기가 좋다, 나쁘다에서부터 시작해 경기 악화와 실업 증가의 원인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다, 아니다를 두고 갑론을박한다. 기업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원인을 고임금과 강성노조에서 찾는 부류와 기업 스스로의 문제로 치부하는 부류는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핵 위험에 관한 인식 차이는 과연 우리가 같은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위기인지 아닌지를 모르니 원인 분석을 할 수 없고, 서로 생각이 다르니 합리적 대화가 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위기는 안으로부터 생겼고 그것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이 나라는 우리 자식들이 세세만년 살아가야 할 터전이기 때문에 이 문제들을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문제는 남북 통일에 관한 국민적 합의다. 통일된 한국은 고려연방국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인가? 고려연방국이라면 국가 수반과 국회의원은 어떻게 선출하는가? 헌법을 위시한 법체계는 통일되는가? 경제활동의 자유, 통행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는가? 지금 통일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집단은 이런 문제를 국민 앞에 펼쳐 놓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막연히 통일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환상으로 국민을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저출산이 가져올 재앙이다. 지금 20세 젊은이가 50세가 되는 2049년이면, 생산연령인구 10명당 8명의 65세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이것은 우리 자식 세대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식을 낳지 않는 이유는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성장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교육과 주택비용 부담이 으뜸일 것이다. 어른들이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서 젊은 세대에 출산을 독려한다면 비웃음만 살 뿐이다.

세 번째 문제는 국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일반 국민과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0년, 30년 뒤에 어떤 나라가 돼 있을까? K팝, K뷰티, K푸드의 원조국가? 현대판 갈라파고스? 네덜란드나 북유럽 같은 국가? 아니면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스타일? 우리가 개방정책과 효율적 제조업의 힘으로 이만큼 올라왔다면 앞으로는 어떤 전략으로 살아갈까? 한국은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다른 국가에 어떤 가치를 지닌 국가가 돼야 할까? 누군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한가?이런 문제들의 공통된 특징은 원인 제공은 기성세대가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부담은 다음 세대가 진다는 것이다. 통일은 길고도 험난한 과정보다 그 과정의 끝에 어떤 모습의 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불확실성을 낳는다. 저출산 문제 또한 저출산의 현실을 만든 것은 어른들이지만, 그 폐해를 뒤집어쓰는 것은 뒤에 올 젊은이들이다. 국가의 장기 비전이나 재정건전성, 연기금 고갈, 교육정책 등 긴 호흡으로 다뤄야 할 문제들이 짧은 임기의 정부와 국회의 손에 맡겨져 있다.

어쩌면 어른들은 이런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기성 시민단체에 들어가 행동대원 역할을 할 것이 아니라 “내 나라다”라는 주인정신으로 ‘청년미래당’이라도 구성해 미래를 위한 운동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부끄럽고 무책임한 소리긴 하지만, 어쨌든 이 나라는 우리 젊은이들이 오래도록 살아갈 나라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