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제프 쿤스 '토끼'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64)는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팝아티스트로 유명하다. 대리석, 유리, 스테인리스를 재료로 강아지나 인형, 장난감, 꽃, 보석 등과 같이 동심을 자극하는 대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친근한 소재에 화려한 색감과 거대한 스케일을 부여한 작품들은 마치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

쿤스가 1986년 제작한 ‘토끼’는 스테인리스강으로 귀여운 토끼를 풍선처럼 구현한 104㎝ 크기의 조형작품이다. 얼굴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고, 앞발에 당근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귀엽고 앙증맞게 형상화했다. 약간 차가워 보이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외형을 통해 어린 시절의 동심을 이끌어낸다. 반지르르한 스테인리스강이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 앞에 서면 보는 사람과 주변의 풍경이 함께 반사된다. 쿤스에게 은색 토끼는 현대인의 희망과 순수를 상징한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표면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욕구를 뜻한다.미국의 S I 뉴하우스 주니어가 1992년 당시로서는 고가인 100만달러에 사들였던 이 작품은 지난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07만5000달러(약 1084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영국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9030만달러)이 세운 기록을 따돌리며 생존 작가 작품으로는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낙찰자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아버지이자 화상인 로버트 므누신으로 확인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