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미사일은 작은 무기"…아베 "단거리도 안보리 결의 위반"

美·日 정상 "대북 제재 유지"

트럼프 "최근 北 도발 신경안써"
아베 "北, 탄도미사일 발사"
양국, 韓의 북핵 대응엔 '곤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이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무기들”이라고 평가절하한 반면 아베 총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미·일 정상이 총론적인 북핵 해법에서는 “이견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 미사일 문제에선 시각을 달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도발’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북한은 오랜 기간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고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며 “(관련) 활동은 매우 적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내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에도 트윗을 통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며 “이것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9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옆에 서있는데도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중단’을 자신의 외교 성과로 강조해온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아베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는 위협이 아닐지 몰라도 일본에는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일 정상이 북한 문제에서 공개적으로 이견을 보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반적인 대북 정책 기조에선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서는 번영하지 못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으로는 나쁜 일만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으며 매우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일 정상회담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납치 문제는 내 머릿속에 있다”며 “꼭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작년에 이어 다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들의 가족과 면회해 그들을 격려하면서 용기를 줬다”고 했다. 이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만나서 솔직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지난해 미국 군사장비를 가장 많이 구입한 국가 중 하나이며 방금 전에도 최신 F-35 스텔스 전투기를 105대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다른 그 어떤 동맹보다 대규모의 F-35편대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 정체’를 거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총리와의 의견 교환 중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전혀 대화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한국의 대응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음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도쿄=김동욱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