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 학생도 무조건 처벌"…'무관용 원칙' 칼 빼든 서울교육청

징계·형사적 대응 명시화
"교권 침해는 명백한 위법행위
축소·은폐 금지, 보고 의무화"
서울교육청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행이나 협박 등 부당한 행위를 하면 징계 및 사법적 절차를 확실히 밟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많은 교사가 교육활동을 침해당해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거나 문제 삼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학부모가 학생 앞에서 교사의 뺨을 때리는 등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교육청 차원에서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27일 관내 유치원·초·중·고교에 교육활동 침해를 예방하고 사안 처리 절차 및 대응 요령 등의 내용을 담은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배부했다고 밝혔다. 교육활동 침해 행위란 학생 또는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폭행 모욕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학부모가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평가에 대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한다.이번 개정판엔 ‘(교육활동 침해)사안 처리 방향 및 원칙’으로 ‘무관용 원칙 적용’이란 문구가 처음 적시됐다. 서울교육청은 개정 매뉴얼을 통해 “교육활동 침해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관용적인 태도를 지양하고 피해 교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침해자 처벌이 가능하다(예: 공무집행방해죄)”고 했다. 이어 “상급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축소및 은폐는 금지”라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은 매뉴얼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약속(가이드라인)’에서도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가이드라인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할 경우 학생은 학교생활교육위원회 및 교권보호위원회 심의를 통해 징계받을 수 있고, 학부모는 형사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 가이드라인도 지난해까지 매뉴얼에 없었다. 이번 매뉴얼 개정은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 및 학부모에 대해 경고성 성격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활동 침해로 정상적인 수업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속속 생기다 보니 교사 보호를 위한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 및 학부모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나온 이유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가 심각하다고 느끼면서도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전국 2만5500명의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률 32.4%)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한 교사가 27.1%에 달했다. 교사 4명 중 1명은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셈이다.

이 중 절반 이상(52.2%)의 교사는 교육활동 침해를 받고도 외부에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어차피 혼자 해결해야 돼서’라고 답한 인원이 43.8%에 달했다. 일선 교사들은 교육활동 침해를 겪어도 제도적 차원의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일이 커지는 게 싫어서(19%)’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11.8%)’가 뒤를 이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