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송까지 이겼는데도…" 사직2구역 재개발 재개 '한숨'

종로구청 "사업계획에 문제있어"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전격 지정
재개발구역에서 직권해제됐다가 대법원 판결로 기사회생한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이 사업 재시도 전부터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최근 사직2구역 사업시행계획에서 결정적인 하자를 발견했다. 사직2구역 조합이 2013년 제출한 사업시행계획엔 법정 용적률 177%를 꽉 채웠다. 단차가 큰 지형을 고려해 테라스하우스, 데크형 주차장 등을 설계에 적극 반영했다. 하지만 용적률 산정 시 제외됐던 지하층(테라스하우스)이 실제 지표 기준상으로는 지하층이 아니어서 이를 용적률에 포함하면 허용 용적률을 넘어버린다. 종로구청은 기존 사업시행계획이 정비계획과 달라 적법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사직동 T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직권해제 후 구역 내 부동산을 산 이들은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며 “관리처분계획 등에 필요한 동의율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켐벨 선교사가 살던 사직2구역 내 석조주택을 매입해 우수건축자산3호로 전격 지정했다.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된 땅은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을 할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번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시는 2017년 3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사직2구역을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서울시의 직권해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정비구역 지정이 유지되고 조합 해산도 없던 일이 됐다.

윤아영/민경진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