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전면전땐 2021년 세계GDP 711조원 손실"

블룸버그 분석…"한국·대만·말레이 타격 클 듯"
노무라 "中수입품 전체에 25% 관세율 적용시 美 경제성장률 타격"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상호 전체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2021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711조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대만, 말레이시아 등과 함께 관세전쟁이 격화할 때 연쇄 타격을 입을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제3국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는 28일 시나리오별 무역전쟁 분석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상대 수출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했을 때 세계 GDP가 2021년에 입을 손실을 6천억 달러(약 711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관세장벽에 따른 교역 감소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침체, 소비와 투자 위축까지 반영해 악영향이 정점에 이를 시기에 글로벌 경제가 받을 타격을 추산한 것이다.현재 미국은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부과하지 않은 나머지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도 25%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키로 하는 등 보복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블룸버그는 지금 상태 그대로 2년이 지나면 중국과 미국의 GDP는 관세가 없을 때와 비교할 때 각각 0.5%,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맞불을 놓을 경우 손실은 대폭 증가했다.

양국이 양자 무역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때 중국은 0.8%, 미국은 0.5%, 세계는 0.5%의 GDP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블룸버그 분석에서 미중이 관세 전면전을 펼치는 와중에 주가가 10% 떨어지는 악재까지 덮치면 2021년 중반까지 중국은 0.9%, 미국은 0.7%, 세계는 0.6% GDP 손실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가는 투자자들이 무역 합의에 기대를 품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으나 애플과 같은 거대기업이 관세를 맞는 일이 발생한다면 주식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가 하락은 소비와 투자에 더 심한 맞바람으로 작용해 고율 관세의 충격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연쇄효과를 설명했다.

이 같은 기본 시나리오 속에서 한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할 때 유탄을 맞을 주요국 중 하나로 분석됐다.

노출 위험도(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제3국은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순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수출공급 사슬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이들 국가가 주로 컴퓨터·전기·전자 제품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전체 GDP 가운데 중국의 대미 GDP와 연관된 부문의 비율이 0.8%로 대만 1.6%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는 0.7%였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대중 수출품이 줄어들 때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국가로는 캐나다, 멕시코, 아일랜드,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이 차례로 지목됐다.

노무라증권의 루이스 알렉산더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경제 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NBC에 따르면 그는 미국의 관세가 중국보다는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에 전가된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는 중립적으로 작용하기보단 미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가 향후 12개월간 미국의 근원 물가상승률을 0.5%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이달 초 고위급 협상의 결렬과 함께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간 협상에서 이룬 합의가 무산되고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감정의 골마저 깊어진 터라 무역전쟁은 이제 관세 전면전, 기술 패권 경쟁의 양상을 띠면서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