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헌법소원 AI가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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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AI 헌법연구관' 도입 추진인공지능(AI)이 직접 탄핵과 헌법소원, 정당해산 등을 심판하게 되는 날이 올까. 헌법재판소가 설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AI 헌법연구관’ 도입에 나섰다.
자료 조사·기록 분석 등 지원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지능형 헌법재판을 위한 정보화계획 수립 사업’에 착수했다.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헌법재판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한 AI를 개발하는 사업이다.얼마 전부터 헌재 내부에선 재판 과정에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통합진보당 해산, 대통령 탄핵, 낙태죄 위헌 결정 등 헌재에 찾아오는 사건이 날로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헌법연구관들의 업무가 과중해졌다. 대부분 사법시험 합격자거나 학계 출신으로 구성된 헌법연구관들은 9명의 헌법재판관을 도와 각 사건의 사실 관계, 법률 쟁점 등을 정리해 결정문의 초안을 작성한다. 사실상 헌법 재판의 ‘A부터 Z까지’를 담당하는 셈이다. 헌재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내부에서 재판 과정에 비효율적이거나 미흡했던 부분들을 AI 등의 기술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계획을 세워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헌재는 내부 헌법연구관뿐 아니라 공학자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 정보화전략 준비위원회’라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헌법연구관을 보조할 AI 개발에 나섰다. AI는 국내외 판례를 빅데이터화해 학습한다. 한글문서(HWP)나 PDF 형식 파일의 사건기록을 데이터화해 분석한 뒤 법률적 쟁점을 자동으로 추출해내는 기능도 맡는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변론 내용을 자동으로 속기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재판관에게 올라가는 연구보고서나 결정문까지 작성할 수 있게 한다는 게 헌재의 목표다. 헌재 관계자는 “오는 11월 말까지 약 6개월간 사업 계획을 수립한 뒤 실제 프로그램 구축 및 도입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