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돈보다 혜택 커"…e커머스 유료회원제 쑥쑥

충성고객 확보 전쟁

쿠팡 '로켓와우클럽' 250만 돌파
月 2900원에 새벽·당일 배송
아마존은 2004년 유료 회원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시작했다. 빠른 배송을 내세웠다. 전자책 등 일부 콘텐츠도 제공했다. 성공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상품을 빨리 받아보기 위해 연회비로 99달러(지금은 119달러)를 내는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들 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작년 4월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1억 명을 넘었다. 빠른 배송을 ‘맛본’ 사람들은 유료 회원으로 남아 있었다. 넷플릭스 못지않은 영상 콘텐츠, 무제한 음악 감상 서비스는 ‘덤’이었다. 국내에서도 e커머스 기업이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 가입 회원이 늘고 있다.쿠팡, 새벽배송·당일배송 무료로

아마존 프라임의 성공을 본 이베이코리아, 쿠팡 등이 가입자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많이 끌어모은 곳은 쿠팡이다. ‘로켓와우클럽’ 가입자가 250만 명을 넘었다. 작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뒤 7개월 만이다.

월 2900원을 내야 하는 로켓와우클럽의 주된 혜택은 빠른 배송이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의 전략을 그대로 따랐다. 쿠팡은 유료 회원이 밤 12시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보내준다. 새벽배송 가능 품목은 약 200만 개나 된다. 오전에 주문하면 저녁에 받는 당일배송도 가능하다. 구매 금액과 상관 없이 로켓배송 상품은 공짜로 보내주고, 구매한 지 30일 이내에는 무료로 반품을 받아준다.쿠팡은 무료로 로켓와우클럽을 써보게 한 뒤 유료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빠른 배송, 무료 배송을 한 번 써보면 끊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쿠팡 관계자는 “유료회원 혜택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베이·티몬은 무더기 할인

이베이코리아, 티몬 등은 ‘가격 할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송 혜택 중심인 쿠팡과는 좀 다르다. 쿠팡처럼 자체 배송망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베이코리아는 연 30000원인 ‘스마일클럽’에 가입하면 G마켓, 옥션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3만5000원의 캐시를 곧장 돌려준다. 여기에 처음 가입할 때 2000원의 추가 캐시도 준다.

‘무더기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시즌마다 스마일클럽 전용 쿠폰이 나간다. 최근 ‘빅스마일데이’ 할인 행사 땐 최대 20만원짜리 대박할인 쿠폰을 줬다. 스마일클럽 회원 전용 가격도 있다. 일반 회원보다 훨씬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구매액의 최대 3%를 적립해주고, 일부 상품은 배송이 무료다.

스마일클럽은 2017년 4월 시작해 1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모았다. “빅스마일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 때마다 유료 회원 수가 크게 증가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티몬의 유료 회원제는 작년 4월 시작한 ‘슈퍼세이브’다. 30일 이용권은 5000원, 90일은 1만3000원이다. 낸 돈 이상으로 적립금을 준다. 5000원을 내면 6000원을, 1만3000원을 내면 1만8000원을 돌려준다. 티몬에서 구매 계획이 있으면 일단 가입하는 게 이득이다. 여기에 △구매액의 2% 적립 △열흘마다 적립금 2000원 제공 △특가 상품(슈퍼세이브 전용딜) 이용 등의 혜택도 있다. 슈퍼세이브는 1년 만에 약 21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

체리피커를 충성고객으로

e커머스 기업들은 ‘유료 회원=‘충성 고객’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 비해 e커머스는 특정 기업에 대한 선호가 약하다. 할인 혜택이 크면 G마켓이든, 11번가든 개의치 않고 옮겨 다니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옮겨 다니는 ‘체리 피커’를 잡아 놓는 것이 e커머스의 최대 과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유료 회원제를 수단으로 택했다. 우선 자기 돈을 내면 다른 곳으로 떠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렸다.

효과는 꽤 있다. 티몬에선 유료 회원 구매 횟수가 일반 회원 대비 세 배 더 많다. 월간 소비액은 네 배 이상이었다.다만 줄 수 있는 혜택이 아마존처럼 많지 않다는 것은 한계다. 아마존은 유기농 슈퍼마켓 홀푸드 할인, 신선식품 2시간 배송, 게임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