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이냐, 포용이냐"…격화하는 '타다 vs 택시' 논쟁

"글로벌 경쟁서 뒤처지면 안돼"·"혁신 따른 피해 막아야" 찬반 팽팽
OECD 경쟁委 보고서 "규제 형평 고려하며 시장실패 보완해야"
전문가들 "이성적 판단 필요"…"정부 대응 효율적이지 못해" 비판도
실시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산업 혁신과 피해자 보호를 둘러싼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타다 퇴출'을 요구하는 택시업계와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 간에 형성된 전선(戰線)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대표와 각을 세우며 가세하고 여기에 신산업계 대표들까지 목소리를 내면서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과 공유경제 확산에 따른 산업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소모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혁신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한 이성적 접근과 더불어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 글로벌 승차공유업 급성장…국내선 진통 여전 = 28일 학계와 승차공유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 조사결과 최근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중 10위권에 우버(2위), 디디추싱(3위), 그랩택시(10위) 등 승차공유업체 3곳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이 동남아의 승차공유업체 그랩에 1억5천만 달러(약 1천700억원), SK가 810억원, 현대자동차가 268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승차공유산업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을 뚫지 못하는 형편이다.2013년 우버가 국내 진출을 시도했으나 2년 만에 벌금형을 받고 서비스를 중단했고, 이어 국내에서도 카풀업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실패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사업을 추진했으나 택시업계와의 합의점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 '혁신 vs 포용' 타다로 논란 재연 = 이 와중에 최근 타다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산업혁신과 이에 따라 피해를 보는 기존 산업에 대한 보호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승차공유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택시업계와 대립해온 이재웅 대표를 향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이 대표의 언사는) 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고 하는 거다.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가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는 페이스북 글로 되받아치는 정도에 그쳤던 논란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또 불거지면서 확전됐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를 비판하면서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면 되는가", "진짜 웃기는 짬뽕"이라는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김 대표는 "4차 산업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 된다.

누군 혁신가 아니예요?"라며 이 대표를 몰아붙였다.

이 대표가 "(면허를) 사면 업체가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면허를) 팔면 서민 택시기사가 생계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라며 댓글로 반박하자 김 대표는 "기사들이 자살을 할 때도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기사들의 노후를 걱정하시네요"라는 내용이 포함된 답글을 달았다.
◇ 해외선 규제 완화·상생 대책으로 접점 모색 = 업계와 전문가들은 타다 마저 실패한 서비스의 전철을 밟으며 글로벌 산업혁신의 대세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첨단산업정책을 연구하는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산업혁신은 결국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정치적, 사회적 갈등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앞으로 국가 경제와 미래세대에 큰 죄를 짓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신으로 인한 피해자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의 양보와 타협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재웅 대표의 경우 "전통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고 거기에 혁신산업도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해외의 사례들은 좀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가 지난해 펴낸 '택시 및 차량공유 서비스의 혁신과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택시와 승차공유 서비스 모두 거리에서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하고 기존 택시요금의 가격 규제를 완화했다.

택시 면허 공급량 제한을 폐지하고 탄력적 운임제도 도입하는 등 규제 전반을 개선했다.

미국은 승차공유 업체를 교통네트워크사업자로 규정하고 주마다 다른 규제를 마련해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제도 적용이 가능하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승차공유 시장이 성장한 뒤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시장 성장을 유도했고, 호주는 이용자들이 승차공유 서비스를 쓸 때마다 1달러씩을 택시업계를 위한 상생 펀드에 내도록 했다.

보고서는 "택시는 진입규제부터 고정요금제 등 강한 규제를 받아온 반면 승차공유 서비스는 그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규제의 형평을 고려하면서 시장실패를 보완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흥분 대신 이성적 논의해야…법제도 전반적 정비 필요" = 그러나 혁신 주체이자 대상인 산업계나 조정자인 정부의 역할과 태도에 아쉬운 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분들이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대안을 갖고 논의할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이번 사례는 우리 법 제도의 경직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대부분 1970~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관련 법을 전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혁신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전체 교통산업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정부가 타다 문제를 현재 진행 중인 카카오 카풀에 대한 논의 이후로 미뤄둔 듯하다"며 "접근 방법이나 대응 시점 등에서 정부 대응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