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부진 '늪'에 빠진 자전거 업계…전기·공유자전거로 돌파구 찾는다

미세먼지로 자전거 판매 '뚝'
생활형 이동수단으로 수요층 확대
알톤스포츠 ‘니모FD’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60만원대 전기자전거를 구매했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10㎞ 남짓한 거리의 회사에 주로 전기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는 “한 번 충전으로 30㎞까지 달릴 수 있어 날씨가 좋을 때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B씨는 최근 카카오 공유 전기자전거를 타고 인근 주민센터에 다녀왔다. 그는 “왕복 20분 거리를 전기자전거를 타고 편리하게 다녀왔다”며 “앞으로도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리막길’ 질주 중인 자전거산업국내 자전거업계가 전기자전거와 공유자전거에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퍼스널모빌리티(개인용 이동수단)’와 공유서비스 확대 등 트렌드에 맞춰 가며 미세먼지로 인한 실적 악화 등 불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국내 자전거 시장은 아웃도어 스포츠 인기와 전국 자전거도로 확충에 힘입어 2015년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토종 브랜드인 삼천리자전거와 알톤스포츠를 비롯해 자이언트, 메리다 등 해외 브랜드까지 가세해 로드사이클,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등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불티나게 팔렸다. 자전거를 타기 좋은 3~10월이면 전국 자전거도로와 공원은 자전거 동호인들로 붐볐다. ‘자전거 전성시대’였다. 삼천리자전거는 2015년 영업이익 150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알톤은 2014년 영업이익 85억원을 찍었다.호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겨울 한파가 길어진 데다 미세먼지까지 극성을 부렸다. 자전거업체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삼천리자전거는 지난해 매출이 796억원으로 전년보다 28.4% 급감했고, 영업손실 17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알톤스포츠는 지난해 23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2015년 이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천리자전거 ‘팬텀이콘’
위기 돌파 안간힘 쓰는 자전거업계자전거업계는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올해 전기자전거 확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레저용 자전거가 중심이었지만 미세먼지 영향으로 레저활동이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생활형 이동수단으로서 자전거 수요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작년 3월 자전거도로에서도 전동모터와 함께 페달을 구르는 파워어시스트(PAS) 방식의 전기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것도 전기자전거 수요 확산의 계기가 됐다.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업계는 올 들어 100만원 이하의 모델을 내놓고 대중화에 나섰다. 삼천리자전거는 필수적인 기능만을 갖춘 전기자전거 신제품 ‘팬텀이콘’을 출시했다. 소비자가격 69만원의 대중화 모델이다. 도시형 모델 팬텀어반(87만원)과 접이식 모델 20팬텀 마이크로(89만원)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알톤스포츠는 접을 수 있는 전기자전거 ‘니모FD’를 86만원에 내놓는 등 올해 100만원 미만 전기자전거 4개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전기자전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유자전거 사업은 불황의 늪에 빠진 자전거업계엔 ‘기회의 땅’이다. 삼천리자전거는 카카오가 시행하고 있는 공공 전기자전거 카카오 T바이크에 전기자전거 500대를 공급했다. 인천 연수구의 공공자전거 사업에는 모델명 쿠키를 1000대 공급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 지자체의 공유자전거 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알톤스포츠는 미국, 일본 시장 수출에서도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세계 3대 바이크쇼로 손꼽히는 중국의 상하이 국제 자전거 박람회와 독일의 유로바이크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가해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