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포유류 보호 팔 걷은 미국…수산물 대미 수출 '비상등'

94개 수출어업서 2021년까지 혼획 방지책 美에 제시해야
이빨고기·참치·붉은대게에 부정적 영향 우려…해수부 "대응 방안 연구중"
미국이 고래 등 해양포유류 보호를 위해 고강도 규제를 들고 나오면서 우리나라 수산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28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7년 1월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른 수산물 수입 조건'이라는 연방 규정 개정을 공포했다.

이 규정은 어업에서 해양포유류가 의도치 않게 그물에 같이 걸리는 '혼획' 등으로 죽거나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규정은 특히 어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양포유류의 사망·부상 수준을 기준으로 어업을 3가지로 분류하고, 다시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어업을 '면제어업'과 '수출어업'으로 구분했다.면제어업은 해양포유류 혼획 가능성이 없는 어업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혼획 가능성이 있는 수출어업으로, 오는 2021년 3월까지 혼획을 방지하겠다는 일종의 자구책을 미국 정부에 제시하고 '적합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수출어업이 2021년까지 혼획 방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인증을 받지 못하면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이후 인증을 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152개 어업 가운데 58개 어업이 면제어업의 범주에 들었으나 나머지 94개 어업이 수출어업으로 분류됐다.

결국 어업 종류의 3분의 2에 가까운 94개 어업이 대미 수출을 이어가려면 하루라도 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해 미국에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미국 측은 이에 우선해 올해 7월까지 규제 대상인 94개 수출어업을 자국 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한 진행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수산물의 대미 수출액은 2억7천854만2천여 달러(약 3천299억원)에 달했다.

김이 9천517만1천여 달러(약 1천127억원)로 가장 많았고, 시중에서 '메로'로 알려진 이빨고기류가 4천225만2천여 달러(약 500억원)로 2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 굴, 넙치, 참치, 오징어, 게살, 멸치, 미역, 게, 꽁치, 명태 등이 주요 대미 수출 어종에 이름을 올렸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미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김은 양식어업이라 미국의 이번 규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빨 고기를 비롯해 참치(연승), 붉은 대게(연근해), 멸치(자망·선망) 등이 수출어업에 해당해 규제망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의 이번 규제에 대해서 해당 부서에서 잘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당국은 올해 가을까지 ▲ 해양포유류 우발적 폐사 감소 보호 프로그램 ▲ 해양포유류 부수어획(혼획) 저감 규제 프로그램 ▲ 해양포유류 혼획 현황 조사 ▲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을 위한 제도적 수단 등을 찾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최근 미국 관계자를 우리나라를 초청해 규제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본적으로 미국 측의 규제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새로운 어업 도구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양어업에서 참치가 아닌 고래가 물면 떨어지도록 설계된 낚싯바늘이나 포유류가 보고 피해갈 수 있도록 색깔을 입힌 그물을 고려 중"이라며 "음향을 내보내서 포유류가 그물을 피해가 혼획이 줄어들게 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립수산과학원은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걸려 죽지 않도록 탈출구를 갖춘 그물을 개발하기도 했다.그물 안쪽에 물고기는 통과하되 상괭이처럼 몸집이 큰 동물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원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