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늘린 자영업자…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증가율 금융위기後 최대

한은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발표
금융권 全산업대출 19조6000억 증가…도소매·숙박·음식점업 5조6000억 늘어
빚 늘리는 자영업자…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 대출증가율 금융위기後 최대(사진=연합뉴스)
올 들어 자영업자들의 가파른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의 1분기 대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 규모가 통계 집계 후 최대치에 육박했다. 신설 자영업자 수가 늘어난 데다 불경기 속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대출을 늘린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9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5조6000억원(2.8%) 증가한 20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2분기(6조원)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의 대출 증가액은 전체 서비스업 대출 증가 규모(9조9000억원)의 절반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11.4%로 2009년 1분기(11.8%) 이후 최고치였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 대출 잔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증가 속도도 부담 요인이다. 2009~2010년 연간 3%대였던 대출증가율은 2015~2017년 7%대로 뛰었고,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10.7%)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적으로 1분기 도소매업종의 대출은 4조5000억원 늘어나 2008년 2분기(4조8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2008년 1분기부터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통계가 집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에 육박했다.이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요인이 컸다고 한은은 풀이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의 1분기 신설법인 수는 5980개로 지난해 4분기(5913개)를 상회했다.

불경기 속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근근이 버티게 된 점도 대출 증가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89.2%에 달한다.
2019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자료=한국은행)
반면 1분기 부동산업 대출은 정부의 대출 규제 속 5년 만에 최소 규모로 늘었다. 직전 분기보다 3조5000억원(1.5%) 늘어나는 데 그쳐 잔액이 23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증가액은 2014년 1분기(2조1000억원) 이후 가장 적게 늘어난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은 신설법인 증가와 정부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며 "부동산업은 주택임대사업자 대출규제 강화 영향과 주택 매매 부진 등으로 대출 증가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도소매·숙박·음식점업종과 부동산업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업 대출은 9조9000억원 늘어나 잔액이 68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4분기(17조3000억원)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1분기 제조업 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6조5000억원 증가해 잔액이 35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증가액은 2015년 3분기(6조7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해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상환한 기업들이 연초에 차입을 다시 늘린 영향이 컸다. 따라서 3월 말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19조6000억원(1.7%) 증가해 잔액이 1140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제조업 대출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14조3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6%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대출이란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 공공기관, 정부가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예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을 뜻한다.
2019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자료=한국은행)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