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최고의 경영 선생님…사전 증여 활성화해 승계 길 터줘야"

중기중앙회·한경 주최
사전증여 활성화 좌담회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2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와 관련 ‘사전 증여 활성화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김완일 가나(세무법인) 대표세무사,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소희 드림오피스 대표, 박은홍 영창실리콘 대표,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창업자인 아버지는 최고의 경영 선생님입니다. 창업정신을 이어받고 도제교육을 통해 승계 절차를 착실히 밟아가고 있습니다.”(김소희 드림오피스 대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창업자가 은행 거래처 등과 쌓아온 신용이 자산입니다. 창업자 생존 때 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2세대는 사전 증여를 통해 가업승계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합니다.”(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중소기업중앙회가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으로 29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연 ‘사전 증여 활성화 좌담회’에서 나온 말이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진행으로 이뤄진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가업상속공제제도처럼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도 대폭 확대해야 중소기업 2세들이 창업 노하우를 제대로 물려받고,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전 증여가 실질적 가업승계 장치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상속재산가액 500억원까지는 세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매출 기준을 5000억원까지 확대하고, 사후 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한도가 100억원인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는 검토조차 안 하고 있다. 업계에선 원활한 승계를 위해선 창업주 사망 후의 상속공제보다 사전 증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기중앙회의 ‘2018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증여를 통한 승계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 500개의 24.5%가 ‘증여’를 통한 경영승계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부 증여 후 상속’(10.0%), ‘상속’(2.1%) 등 순이었다. 창업자 사망 후 자연상속은 가업승계의 후순위란 얘기다.

2세인 박은홍 영창실리콘 대표는 “사전 증여는 2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가업에 헌신하고 또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참석자들은 창업자의 경영 노하우와 더불어 사후 상속보다 사전 증여를 통해 가업승계를 잇는 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개선책도 내놨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는 “증여세 과세특례제도도 가업상속공제처럼 공제 한도를 500억원으로 늘리고 승계자도 기존 1인에서 공동 증여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는 “증여세 납부 방법도 회사를 매각하는 시점에 이월과세하거나 적어도 상속 개시 시점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증여 기업 대상을 법인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확대해야 소기업도 가업승계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참석자들은 가업승계 장점으로 창업자의 경영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을 후대에 전수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1970~1980년대 창업한 1세대들이 대부분 가업승계냐 매각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창업자가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이어지지 않으면 회사의 유무형 자산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100년 회사로 만들기 위해 부친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이어받고 있다”며 “40여 년간 밤잠 안 자고 주말 안 쉬고 일군 회사를 자녀들이 더 성장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게 후대의 도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업의 경영자가 창업주에서 2세로 바뀌었다고 해서 알을 낳는 거위(기업)의 배를 가르는 건 문제”라며 “더 많은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송 대표는 “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어느 정도 기업인이 자초한 면이 있다”면서도 “다수의 기업은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적 기여를 한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