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소액주주만 8만5000명…기관 가세 땐 소송액 수천억 달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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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쇼크' 후폭풍코오롱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사태가 대규모 주주 피해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이 약을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은 물론 판매와 유통을 담당한 코오롱생명과학 주주들까지 법적 대응에 뛰어들고 있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 소송 규모인 2000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투자자 집단소송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사상 최대규모 투자자 집단소송 예고
소액주주만 8만5000명29일 법조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다수의 로펌이 코오롱티슈진과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고 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는 지난 27일 142명을 대리해 가장 먼저 65억원 규모 1차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324명 규모의 원고인단을 꾸렸다. 이 외에 법무법인 한결 등 다수의 로펌과 개인 변호사들이 원고 모집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 은폐’를 언급하면서 주주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소송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5만9445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451만6800여 주로 당시 주가를 적용하면 총액이 1949억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같은 시기 소액주주가 2만5230명, 보유총액은 5036억원 수준이다. 두 회사의 소액주주를 합치면 8만5000여 명, 주식 총액은 7000억원에 달한다.
주가 폭락이 본격화한 시점은 지난 4월 1일이다.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임상시험을 보류하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했다는 공시가 나온 뒤다. 전날 3만4450원이던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1일 2만4150원으로 하한가(-29.8%)로 추락했다. 이달 28일 식약처가 인보사 판매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하고 8010원으로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하락폭은 76.74%에 달한다. 시가총액은 2조1020억원에서 4896억원으로 1조6124억원 줄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도 73.40% 급락했다.소액주주의 10%만 소송에 참여해도 원고 수는 8000명을 넘긴다. 소송을 진행 중인 김광중 한결 변호사는 “통상 주식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 수가 피해자의 5% 이하”라며 “하지만 인보사 사태는 피해가 크고 회사의 고의가 있어 승소 가능성이 높다 보니 원고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외 기관투자가까지 소송전에 가세하면 소송 규모는 훨씬 더 불어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손해배상액 산정이 관건
자본시장법 제125조는 회사가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등 중요 사항을 허위 기재해 증권 취득자가 손해를 보면 배상 책임을 인정하도록 한다.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이 2017년 3월 성분 변경 사실을 알았고, 같은해 7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이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고 숨겼다는 얘기다.주식 매입 시점에 따라 손해 인정은 달라질 수 있다. 2017년 3월 이후 주가를 매입한 코오롱티슈진 투자자들은 손해 배상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회사 측이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을 통보받은 2017년 7월 이후 매입한 투자자들은 소송이 가능하다.
관건은 산정액이다. 증권거래법 제15조 유가증권신고서 허위작성의 경우 당해 유가증권의 취득가에서 처분가를 공제한 금액을 손해액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손해액에 대한 인정을 달리하고 있다. 주식 가격은 변동 요인이 다양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서다.
대주주 손해배상까지 이어지나소송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5년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이긴다 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회사가 배상 책임을 이행할 자산이 없으면 소송에 이긴 원고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전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폭넓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소액주주가 소송에 이기더라도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손배액이 나오면 집행 자체가 어렵다”며 “이 전 회장이 계열사를 합쳐 500억원대 퇴직금을 받고 물러났는데 경영진의 과실이 인정되면 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고윤상/조아란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