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車네] 마세라티·지프·포르쉐 "교환? 환불?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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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 도입 5개월째'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일부 수입차 업체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마세라티와 지프, 푸조, 시트로엥, 포드, 포르쉐 등 6곳은 "적극 검토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푸조, 포드, 포르쉐 등 "검토 중" 말만
법적 강제성 없어 실효성 한계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차들이 소비자 권리 보호에는 차일피일 미루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1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등록된 23개 수입차 업체 가운데 마세라티, 지프, 푸조, 시트로엥, 포드, 포르쉐는 레몬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매매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담은 볼보, 캐딜락 등과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대다수 업체도 레몬법 반영을 발표하며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주행 거리 2만㎞) 이내에 같은 고장이 반복되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해 7월31일 입법예고를 거쳐 올 1월 1일부터 시행됐다.마세라티와 지프, 포르쉐 측은 레몬법을 수용하겠다면서도 시기 등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신차 판매를 위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이어가는 분위기다.
지프는 지난 4월 올 뉴 랭글러 3종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뒤 시승 행사를 열고 판촉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포르쉐의 경우 연초 신형 카이엔을 내놓고 올 하반기 하이브리드 등 라인업 확충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권리 보호는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두 회사는 수입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프를 판매 중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는 지난 한 해 7590대를 팔았다. 한국법인 설립 이후 최다 판매다. 포르쉐도 마찬가지로 연 판매량 4285대를 돌파하며 최고의 성과를 냈다. 마세라티는 1660대 팔려 나갔다.익명을 요구한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본사의 가이드라인 마련부터 공식 딜러사, 법무팀 등의 의견 수렴에 3개월이 걸린다”며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솔직히 실행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포드와 푸조, 시트로엥은 취재에 들어가자 “막바지 조율 중”이라며 “빠르면 다음달 레몬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한국형 레몬법은 실효성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매매계약서에 교환·환불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 하고 업체가 중재 규정을 수용해야 한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은 업체가 거부하면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정책”이라며 “신차 기준으로 무조건 적용되도록 상위 법률로 지정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지난 한 해 수입차 판매량은 26만705대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31년 만이다. 올해는 처음으로 30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말 기준 수입차 누적 등록 대수는 217만 대를 넘어섰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