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연락사무소장 회의 '매주 1회→비정기' 변경 검토

北불참탓 '13주째 불발' 고려…"매주 아닌 서로 협의해서 되는 날로"
통일부, '남북합의 후퇴' 지적엔 "합의입장 불변…효율성 등 고려"

정부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정례 협의 채널인 소장회의를 '비정기적 개최' 방식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정부 고위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합의한 것은 매주 금요일 만나기로 했는데, 북측 사정으로 나오지 못해서 우리만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 사정이 있는 만큼, 일주일에 한 번 고정적으로 올라가는 일보다는 서로 상대방과 협의해서 되는 날로 해서 가는 게 좋을 거 같단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 남측 소장이 임명되는 계기로 운영방식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소장 임명 및 운영 방안에 대해 방침을 정한 뒤 이를 북측과 협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남북은 지난해 9월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면서 주 1회 정기적으로 소장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지난주까지 북측이 불참하면서 소장회의가 13주째 불발됐다.

정부가 소장회의 운영방식 변경을 검토하게 된 것도 북측의 지속적인 불참 때문으로 보인다.다만 매일 두 차례 연락관 접촉 및 부소장 간 회의 등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당국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소장회의 불발 '횟수' 관련 "그것이 마치 인덱스처럼 돼 남북관계 긴장지수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주 1회 상시적이고 정례적인 협의 대신 양쪽이 모두 '가능한 날'만 회의를 열기로 방침이 조정된다면, 이는 당초 남북 간 합의에서 한 발짝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합의 파기가 아니라 합의서 실천 관련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취지)"라며 "문서적으로 합의를 지키는 것보다는 효율적으로 구성·운영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도 이날 오후 늦게 입장을 내고 "최근 소장회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로운 소장 임명을 계기로 소장회의가 차관급 협의체라는 위상에 맞도록 실질적인 회의 운용을 검토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락사무소 역할이 약화할 것이란 지적에는 "필요하면 언제든지 남북간 협의를 통해 소장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며 "부소장이 개성에 상주하고 있는 만큼, 부소장 회의를 통해 남북간 제기되는 사항을 논의하고 사무소 운영 전반을 조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연락사무소 남측 소장을 겸하던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의 이임으로 공석인 신임 소장 임명절차를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남북은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당시 차관급 인사가 각 측의 소장을 맡는 것으로 합의한 바 있어 최근 취임한 서호 신임 통일부 차관이 이어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