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자동차 요일제 vs 통행료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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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미세먼지 저감과 교통혼잡 완화를 위한 대책으로 요일제(10부제 혹은 홀짝수제)와 통행료 징수를 생각할 수 있다. 자동차 운행을 제한해 도로 위 차량 대수를 줄이고자 하는 제도들이다.
효과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비슷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요일제의 경우, 주중 하루는 차량 이용을 억제함으로써 운행 대수를 평균 20% 정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행료 징수도 마찬가지다. 요일제처럼 운행 대수를 20% 정도 줄이는 통행료 수준을 계산해 징수하면 되기 때문에 제도적 효과는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제도는 가치판단의 문제를 품고 있다.먼저 요일제를 살펴보자. 요일제는 ‘형평성’을 중시하는 교통혼잡 완화 방법이다. 요일제를 시행하면 모든 사람은 똑같이 특정 요일에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고소득자든 저소득자든 자신이 정한 특정 요일에는 차량을 운행하지 못한다.
통행료 징수 방법은 다르다. 혼잡한 도로에 통행료를 부과하면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통행료가 부담이 돼 상대적으로 차량 운행을 더 자제할 것이다. 반면, 경제적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기꺼이 통행료를 부담하면서 자가 운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통행료 징수를 통한 교통혼잡 완화는 요일제와는 달리 중산층 이하 자가 운전자에게 더 큰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통행료 징수를 통한 교통혼잡 완화는 잘못된 정책인가? 그렇지는 않다. 통행료 징수는 요일제보다 효율성이 더 클 수 있다. 고소득층은 시간당 기회비용이 그만큼 크다. 교통혼잡이 완화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되면 그 혜택은 저소득층에 비해 고소득층에 더 많이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행료 징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간당 기회비용이 큰 고소득층은 자신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통행료를 내고서라도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시간당 기회비용과 무관하게 동일한 희생을 강요하는 요일제와는 효율성 측면에서 분명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요일제와 통행료 사례처럼 비슷한 제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제도들이 우리 주변엔 많다. 일견 비슷한 제도를 놓고 전문가들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이유는 가치판단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