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배터리 시장, 국가나 기업이 독점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커질 것"

韓·英 리서치콘퍼런스
“(전기자동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 시장은 국가나 기업이 독식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커질 것입니다.”

영국왕립학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 30일(한국시간) 영국 밀턴케인스에서 공동 개최한 ‘제4회 한·영 리서치콘퍼런스’에서 피터 리틀우드 패러데이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성과 교류행사인 이번 콘퍼런스는 재료과학 뇌과학 등을 주제로 열렸다.리틀우드 소장은 “아르곤국립연구소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한국 대기업이 사 제품을 만들고, 생산된 배터리는 다시 미국 자동차 회사에 팔린다”며 “배터리산업에서 협업은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인 리틀우드 소장은 자기장과 초전도체 분야의 석학이다. 과학계 최고 두뇌들이 모인 미 아르곤국립연구소장을 최근까지 지냈다.

그는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는 자원이 일정하지 않아 전기를 저장하는 시설이 필수적”이라며 (2차전지 등) 배터리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패러데이연구소의 배터리 기술 개발과 관련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근 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도 배터리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부단장은 “급한 상황이 닥치고 나서 인재를 양성하려고 하면 적절한 기술을 적시에 확보할 수 없다”며 “배터리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5~10년 안에 필요한 기술을 큰 틀에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신희섭 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쓰이는 심리치료 기법의 효과를 동물실험 결과로 입증해 주목받았다.

리처드 캣로 왕립학회 부회장(사진)은 “뇌과학과 재료과학은 한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국제적으로 선두에 선 영역”이라며 “양국 과학자들의 교류가 더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엔 영국 왕립학회 펠로(석학회원)와 한국 과학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북한 과학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혁 북한 지진청 분과장은 “2016년부터 작년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지진이 열 번 났다”며 “땅속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인데 땅속 밀도와 중력, 자기장 변화를 면밀히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그에 따르면 백두산이 대규모 분출한 946년 화산재가 함경도를 휩쓴 뒤 일본 북부인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 영국 버벡대의 제임스 해먼드 교수는 “백두산이 분화하면 화산재나 마그마가 천지에 고인 물과 접촉하면서 수증기가 급격하게 대량 발생해 대규모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IBS는 1일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와 우주의 생성 추적 단서가 되는 암흑물질, 중성미자 등 물리학 전반에 관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다. 1951년 설립된 INFN은 세계 최대 규모의 지하 입자물리학 실험시설 등을 두고 있다.

이해성 기자/밀턴케인스=공동취재단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