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장 확보戰에 시장 삭발까지'…우여곡절의 현대중 법인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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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주총장 긴급 변경해 속전속결 통과…노조 "불법 주총, 소송할 것"
대우조선 인수 위한 첫 관문 불구 주총 효력 놓고 진통 계속될 듯
신설법인 본사 서울 이전 추진에 지역 각계 반발…송철호 시장·황세영 의장 삭발도대우조선해양 인수 전제가 되는 법인분할,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투쟁, 기업 본사 이전을 저지하려는 울산시장 삭발까지….
말 많고 탈 많았던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이 31일 주주총회 의결로 일단락되는 형국이다.노조의 극렬한 반발 속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주총장 변경, 신설 중간지주회사의 본사 존치를 요구하는 송철호 시장의 삭발 등 적잖은 갈등과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이제 회사는 법인분할 등기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 등 후속 절차를 밟겠지만, 노조는 "졸속·불법 주총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진행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추진 과정과 전망 등을 소개한다.◇ 법인분할과 본사 이전 추진에 노조·지역 반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지난 1월 말 공개됐다.
세계 1·2위 조선업체 간 결합 시도인 만큼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다만 회사는 막대한 재정부담 없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고자 법인분할(물적분할)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 이름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는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신설 자회사 사명은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본사는 울산에 두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해 상장법인으로 남고,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되는 방식이다.그러나 회사의 이런 계획은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다.
우선 노조는 법인이 분할되면 자산은 한국조선해양으로 가고, 수조원대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이 감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이 어려워지면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언제든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봤다.
지역사회는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면 전문 인력 등 인구가 유출하고 울산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 지역경제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철호 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자치단체, 지방의회,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본사 존치를 촉구했다.
급기야 지난 29일 송 시장은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과 결의를 담아 삭발식까지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한국조선해양이 부채에 대해 연대 변제 책임이 있어 부채 규모 축소 노력을 다할 것이고, 고용불안 문제도 없을 것"이라면서 "서울에 본사를 두는 한국조선해양 소속 직원 500여 명도 모두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인력으로만 운영해 울산 인력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점거하자 회사는 변경…주총장 쟁탈전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었다.
사측은 법인분할 저지를 천명한 노조의 반발에 대비해 법원에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달 27일 법원은 '31일 주총에서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그런데 법원 결정이 내려진 바로 그 날 오후, 노조가 허를 찔렀다.
주총장으로 예고된 한마음회관을 기습적으로 들이쳐 점거한 것이다.
법원 결정은 주총이 열리는 31일에 주총 방해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노조는 4일 전에 미리 주총장을 점령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진입을 저지하던 회사 측 경비원 등 7명이 다치기도 했다.
노조원 수천 명은 회관 건물 안팎을 둘러싸고 31일 오전까지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주주들이 회관으로 접근했지만, 입구부터 노조원에게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는 주총장이 현대중공업 본사로 변경될 것에 대비, 본사 정문 앞에도 진을 치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측이 노조의 허를 찔렀다.
노조의 주총장 점거와 반발로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어렵다고 판단, 오전 10시 30분께 "주총장을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오전 11시 10분 개최한다"고 고지하고 신속히 후속 대응에 돌입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는 20㎞ 가까이 떨어져 있다.
노조원들은 오토바이를 나눠타고 즉시 울산대로 내달렸지만, 이미 회사가 고용한 용역 인력과 경찰 등이 체육관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노조원들의 방해 없이 열린 주총에서 법인분할안은 의결됐고, 뒤늦게 주총장에 진입한 노조원들은 일부 기물을 부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장소로 변경" 노조, 소송전 예고
사측은 주총 의결로 법인분할을 위한 최대 난제를 돌파한 모양새지만, 노조는 불법적으로 강행된 주총이 원천무효라며 소송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노조는 "주주들이 이동해 참석할 수 없는 장소에 회사가 변경된 주총장을 마련했다"면서 "주주인 조합원들이 통지서와 주식 위임장을 가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변경된 장소에 갔으나 이미 주총이 끝난 뒤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주총 변경사항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고지가 없었던 점, 변경된 장소로 이동이 불가능한 시간을 고지한 점, 주주들의 이동 편의 제공이 없었던 점, 주주 참석권과 의견표명권 침해 등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주총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애초 예정된 장소에서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다고 판단했고, 변경된 주총장에서 검사인 입회 아래 주총이 진행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결국 주총의 절차적 정당성과 의결 안건의 효력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
대우조선 인수 위한 첫 관문 불구 주총 효력 놓고 진통 계속될 듯
신설법인 본사 서울 이전 추진에 지역 각계 반발…송철호 시장·황세영 의장 삭발도대우조선해양 인수 전제가 되는 법인분할,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의 투쟁, 기업 본사 이전을 저지하려는 울산시장 삭발까지….
말 많고 탈 많았던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이 31일 주주총회 의결로 일단락되는 형국이다.노조의 극렬한 반발 속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주총장 변경, 신설 중간지주회사의 본사 존치를 요구하는 송철호 시장의 삭발 등 적잖은 갈등과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이제 회사는 법인분할 등기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 심사 등 후속 절차를 밟겠지만, 노조는 "졸속·불법 주총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해 진통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진행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추진 과정과 전망 등을 소개한다.◇ 법인분할과 본사 이전 추진에 노조·지역 반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지난 1월 말 공개됐다.
세계 1·2위 조선업체 간 결합 시도인 만큼 국내외에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다만 회사는 막대한 재정부담 없이 대우조선을 인수하고자 법인분할(물적분할)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존속 법인인 중간지주사 이름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바꾸고, 본사는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신설 자회사 사명은 현대중공업으로 하고 본사는 울산에 두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해 상장법인으로 남고, 신설 회사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법인이 되는 방식이다.그러나 회사의 이런 계획은 노조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다.
우선 노조는 법인이 분할되면 자산은 한국조선해양으로 가고, 수조원대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이 감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이 어려워지면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언제든지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봤다.
지역사회는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면 전문 인력 등 인구가 유출하고 울산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 지역경제가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철호 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자치단체, 지방의회,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본사 존치를 촉구했다.
급기야 지난 29일 송 시장은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과 결의를 담아 삭발식까지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한국조선해양이 부채에 대해 연대 변제 책임이 있어 부채 규모 축소 노력을 다할 것이고, 고용불안 문제도 없을 것"이라면서 "서울에 본사를 두는 한국조선해양 소속 직원 500여 명도 모두 수도권에서 근무 중인 인력으로만 운영해 울산 인력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 점거하자 회사는 변경…주총장 쟁탈전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31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될 예정이었다.
사측은 법인분할 저지를 천명한 노조의 반발에 대비해 법원에 주총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달 27일 법원은 '31일 주총에서 주주 입장을 막거나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그런데 법원 결정이 내려진 바로 그 날 오후, 노조가 허를 찔렀다.
주총장으로 예고된 한마음회관을 기습적으로 들이쳐 점거한 것이다.
법원 결정은 주총이 열리는 31일에 주총 방해를 하지 말라는 것인데, 노조는 4일 전에 미리 주총장을 점령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진입을 저지하던 회사 측 경비원 등 7명이 다치기도 했다.
노조원 수천 명은 회관 건물 안팎을 둘러싸고 31일 오전까지 점거 농성을 이어갔다.
이날 주총 참석을 위해 주주들이 회관으로 접근했지만, 입구부터 노조원에게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는 주총장이 현대중공업 본사로 변경될 것에 대비, 본사 정문 앞에도 진을 치며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측이 노조의 허를 찔렀다.
노조의 주총장 점거와 반발로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어렵다고 판단, 오전 10시 30분께 "주총장을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오전 11시 10분 개최한다"고 고지하고 신속히 후속 대응에 돌입했다.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는 20㎞ 가까이 떨어져 있다.
노조원들은 오토바이를 나눠타고 즉시 울산대로 내달렸지만, 이미 회사가 고용한 용역 인력과 경찰 등이 체육관 주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노조원들의 방해 없이 열린 주총에서 법인분할안은 의결됐고, 뒤늦게 주총장에 진입한 노조원들은 일부 기물을 부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장소로 변경" 노조, 소송전 예고
사측은 주총 의결로 법인분할을 위한 최대 난제를 돌파한 모양새지만, 노조는 불법적으로 강행된 주총이 원천무효라며 소송전을 예고하고 나섰다.
노조는 "주주들이 이동해 참석할 수 없는 장소에 회사가 변경된 주총장을 마련했다"면서 "주주인 조합원들이 통지서와 주식 위임장을 가지고 오토바이를 타고 변경된 장소에 갔으나 이미 주총이 끝난 뒤였다"고 밝혔다.
노조는 주총 변경사항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고지가 없었던 점, 변경된 장소로 이동이 불가능한 시간을 고지한 점, 주주들의 이동 편의 제공이 없었던 점, 주주 참석권과 의견표명권 침해 등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주총 무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애초 예정된 장소에서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다고 판단했고, 변경된 주총장에서 검사인 입회 아래 주총이 진행돼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결국 주총의 절차적 정당성과 의결 안건의 효력을 둘러싼 법정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