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에오∼" 하자 런던이 열광했다

1일 런던 웸블리서 콘서트…월드투어 후반전 돌입
'비틀스·퀸의 나라' 점령에 유럽팬들은 환호·눈물로 화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왜 세계적인 뮤지션인지 입증하는 무대였다.1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영국 런던의 대중문화와 스포츠 상징 웸블리 구장은 방탄소년단만의 왕국으로 변신했다.

6만석을 가득 채운 팬클럽 '아미'(ARMY)는 고막을 찢는 듯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21세기 비틀스의 재림을 환영했다.

이들은 강렬한 힙합곡 '디오니소스'로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유럽투어 포문을 열어젖혔다.팬들은 연신 "오 마이 갓"(Oh my God)을 외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곱 멤버는 누구보다 웸블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나온 것처럼 퀸이 공연한 장소이자 손흥민이 활약 중인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한때 홈구장 웸블리는 세계적 인지도가 없으면 대관 자체가 힘들다.RM은 강한 영국식 악센트로 "아름다운 밤이다.

우리 공연에 온 걸 환영한다"고 첫인사를 던졌다.

진이 연달아 비슷한 말투를 흉내 내자 뷔는 "진의 영국식 악센트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재치 있게 받아쳤다.그러자 정국도 'dirty', 'better', 'butter' 등 't'가 들어간 단어들을 영국식으로 발음해 웃음을 자아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멤버별 솔로곡을 비롯해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쩔어', '뱁새', '불타오르네', '아이돌', '페이크 러브'(Fake Love) 등 히트곡 24곡을 2시간 40분 동안 불렀다.

공연장은 공식응원봉인 '아미밤'의 불빛과 팬들의 파도타기로 장관을 이뤘다.

영국은 물론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팬들은 리듬에 몸을 맡기고 안무를 따라 췄다.

한국어 가사를 조금도 틀리지 않고 따라부르는 건 기본이었다.

혁신적인 무대장치도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표범, 지민의 솔로곡 '세렌디피티' 무대에 나온 거대한 구(球)와 '앙팡맨'의 미끄럼틀은 ABR(Aero Ballon Robot) 장치를 활용했다.

RM의 '트리비아 승(承): 러브(LOVE)' 무대에는 AR(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됐다.

방탄소년단은 메인 스테이지와 공연장 가운데 마련된 보조 무대를 수시로 오가며 관객들과 호응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이르자 일곱 멤버는 아미들에게 시선을 맞추며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진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어요.

이걸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라며 "에∼오"를 선창했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85년 웸블리에서 펼쳐진 '라이브에이드' 콘서트에서 목을 푸는 장면이다.

그러자 아미들은 열광하며 진의 소리를 따라 했다.

지민은 "오늘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죠. 가슴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여러분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슈가는 "드디어 웸블리네요.

사실 저도 TV로만 봤었어요.

정말 런던은 항상 제게 잊지 못할 충격을 남겨주시네요.

오늘 즐거우셨나요? 오늘을 절대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RM은 "모두가 빌보드 차트를 말할 때 정말 고마웠지만, 사실 더 놀랐던 건 우리가 영국(UK) 차트에 올랐을 때였다.

여러분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뮤지션을 배출했다.

그래서 영국은 내게 더욱 소중한 곳"이라며 "여러분은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여러분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

뷔는 "오늘 밤 이 기분을 평생 기억하겠다"고 했고, 제이홉은 "이 순간을 아미와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감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

정국은 앞으로도 이 여정을 함께하자고 팬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방탄소년단은 2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공연을 더 한다.오는 7∼8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