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속 부잣집·반지하 집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수정
둘 다 세트…통유리 3장 끼우고 작가가 만든 가구 배치
반지하 집, 보수 작업으로 세월의 흔적 입혀
"봉 감독,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 원했다"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 영화에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공간과 음악에 관심이 쏠린다.'기생충'의 세트나 음악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집과 부자인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서 대부분 진행되는 만큼, 제작진은 두 가족의 집을 재연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벽에 곰팡이가 있는 반지하 방과 정원이 있는 거대한 저택은 모두 세트다.반지하집은 그 동네 전체를 세트로 지었다.
봉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90%가 부잣집과 가난한 집에서 촬영돼 미시적이고 세밀하게 보이기 위해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시나리오 쓸 때 부잣집에서의 동선을 미리 구상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공간적 구상이 영화 속에 실현된 데는 이하준 미술감독의 공이 컸다.이하준 미술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에 "부잣집과 반대되는 반지하 집, 비가 오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높은 곳의 부자 동네와 낮은 곳의 반지하 동네 등 대비가 가장 중요한 콘셉트였다"며 "그 외에는 탄탄하고 정교한 색감과 공간의 디테일, 리얼리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영화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박 사장네 집은 유명 건축가가 지은 집으로 설정돼있다.
이 때문에 실제 존재하는 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이 감독은 "우리에게는 배우의 동선이나 카메라 앵글이 중요하지만, 건축은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이니까 사람 중심이고 공간의 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봉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쓸 때 생각했던 평면도를 달라고 해서 그걸 보면서 내부 디자인을 하는 등 거꾸로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집을 보면서 외형을 연구해 박 사장네 집에 대입했다.
반지하 동네와의 뚜렷한 대비를 위해 절제된 색,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작가들의 가구와 작품을 집어넣었다.
거실에서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들 수도 없는 통유리 세 장을 끼워 넣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박 사장네 집은 1층 대지가 1천818㎡(550평), 1층 건물 면적만 661㎡(200평)에 달한다.
세밀한 디테일 덕분에 칸 영화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조차 봉준호 감독에게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기택네 반지하 집과 그 동네는 재개발되는 동네, 그리고 다세대 주택들을 참고로 해 일산의 고양 아쿠아 스튜디오에 만들어졌다.
몇달 동안 미술팀, 소품팀, 제작부 스태프들이 동원돼 옛날 타일, 문짝, 새시, 방충망, 유리창 등의 소품을 직접 발품을 팔아 가며 구했다.
세트를 지을 때는 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감독은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비 오고 습하니까 붙였던 타일과 칠이 다 떨어졌다"며 "다시 칠하고 보수하고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추가된 작업 덕분에 이 동네의 세월을 만든 것 같다"고 돌아봤다.'기생충' 음악은 정재일 음악 감독이 맡았다.
정 감독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결을 가지길 원했고, 음악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원했다"며 봉 감독의 '주문 사항'을 전했다.
특히 봉 감독이 작사를 맡고 기택네 장남 기우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부른 엔딩 곡 '소주 한 잔'이 화제가 됐다.
역시 이 곡도 작곡한 정재일 감독은 "봉 감독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씁쓸한 감정을 느끼면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엔딩 곡이 가사가 없는 것이 초기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노래의 형식을 띠게 되니까 시나리오 쓴 사람이 작사하게 됐다.
봉 감독이 '최우식이 노래 잘하니까 시키자'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극 중에서 칸초네(canzone, 이탈리아의 가요)가 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것은 봉준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봉 감독은 칸초네 삽입에 대해 "칸에서 이탈리아 배급사 분이 오셔서 칸초네 나오는 장면이 '즐거웠다'고 얘기했다.
이탈리아의 나훈아 같은 가수라고 했다"며 "사실은 (그런 가수의 노래인 줄) 몰랐다.소품에 LP가 있어서 판도는 장면을 찍으려고 하나 골랐는데 노래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반지하 집, 보수 작업으로 세월의 흔적 입혀
"봉 감독,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 원했다"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 영화에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공간과 음악에 관심이 쏠린다.'기생충'의 세트나 음악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영화는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집과 부자인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서 대부분 진행되는 만큼, 제작진은 두 가족의 집을 재연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벽에 곰팡이가 있는 반지하 방과 정원이 있는 거대한 저택은 모두 세트다.반지하집은 그 동네 전체를 세트로 지었다.
봉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90%가 부잣집과 가난한 집에서 촬영돼 미시적이고 세밀하게 보이기 위해 미술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시나리오 쓸 때 부잣집에서의 동선을 미리 구상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공간적 구상이 영화 속에 실현된 데는 이하준 미술감독의 공이 컸다.이하준 미술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에 "부잣집과 반대되는 반지하 집, 비가 오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높은 곳의 부자 동네와 낮은 곳의 반지하 동네 등 대비가 가장 중요한 콘셉트였다"며 "그 외에는 탄탄하고 정교한 색감과 공간의 디테일, 리얼리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영화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박 사장네 집은 유명 건축가가 지은 집으로 설정돼있다.
이 때문에 실제 존재하는 집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이 감독은 "우리에게는 배우의 동선이나 카메라 앵글이 중요하지만, 건축은 실제 사람이 사는 공간이니까 사람 중심이고 공간의 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봉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쓸 때 생각했던 평면도를 달라고 해서 그걸 보면서 내부 디자인을 하는 등 거꾸로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한 건축가들이 지은 집을 보면서 외형을 연구해 박 사장네 집에 대입했다.
반지하 동네와의 뚜렷한 대비를 위해 절제된 색,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작가들의 가구와 작품을 집어넣었다.
거실에서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람이 들 수도 없는 통유리 세 장을 끼워 넣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박 사장네 집은 1층 대지가 1천818㎡(550평), 1층 건물 면적만 661㎡(200평)에 달한다.
세밀한 디테일 덕분에 칸 영화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조차 봉준호 감독에게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집을 골랐느냐"고 물어봤을 정도다.기택네 반지하 집과 그 동네는 재개발되는 동네, 그리고 다세대 주택들을 참고로 해 일산의 고양 아쿠아 스튜디오에 만들어졌다.
몇달 동안 미술팀, 소품팀, 제작부 스태프들이 동원돼 옛날 타일, 문짝, 새시, 방충망, 유리창 등의 소품을 직접 발품을 팔아 가며 구했다.
세트를 지을 때는 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 감독은 "그때가 여름이었는데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비 오고 습하니까 붙였던 타일과 칠이 다 떨어졌다"며 "다시 칠하고 보수하고 했는데, 오히려 이렇게 추가된 작업 덕분에 이 동네의 세월을 만든 것 같다"고 돌아봤다.'기생충' 음악은 정재일 음악 감독이 맡았다.
정 감독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결을 가지길 원했고, 음악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원했다"며 봉 감독의 '주문 사항'을 전했다.
특히 봉 감독이 작사를 맡고 기택네 장남 기우를 연기한 배우 최우식이 직접 부른 엔딩 곡 '소주 한 잔'이 화제가 됐다.
역시 이 곡도 작곡한 정재일 감독은 "봉 감독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씁쓸한 감정을 느끼면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엔딩 곡이 가사가 없는 것이 초기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노래의 형식을 띠게 되니까 시나리오 쓴 사람이 작사하게 됐다.
봉 감독이 '최우식이 노래 잘하니까 시키자'해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극 중에서 칸초네(canzone, 이탈리아의 가요)가 나오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이것은 봉준호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봉 감독은 칸초네 삽입에 대해 "칸에서 이탈리아 배급사 분이 오셔서 칸초네 나오는 장면이 '즐거웠다'고 얘기했다.
이탈리아의 나훈아 같은 가수라고 했다"며 "사실은 (그런 가수의 노래인 줄) 몰랐다.소품에 LP가 있어서 판도는 장면을 찍으려고 하나 골랐는데 노래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