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은행들, 인도네시아 앞다퉈 진출…"예대마진 높고 인구 많아"

오케이저축은행·기업은행, 각각 현지 은행 합병 마무리 단계
1만7천여개 '섬나라' 은행 접근성↓…계좌보유율 40% 안팎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오케이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현지 은행 두 곳을 합병,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영업경쟁에 뛰어든다.인도네시아에는 이미 KEB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모두 진출해 있어 각축전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2일 한국-인도네시아 금융협의회와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에 따르면 오케이저축은행은 2016년 안다라은행(Andara)을 인수해 사명을 오케이은행(OK!Bank Indonesia)으로 바꿨고, 작년 10월 디나르은행(Dinar)도 인수했다.
오케이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이달 말께 합병승인을 받으면 다음 달 중으로 합병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IBK기업은행도 작년부터 아그리스은행(Agris)과 미트라니아가은행(Mitraniaga) 인수작업을 추진, 지난달 31일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마치고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승인에는 통상 30영업일이 걸린다.
한국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것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마진'이 한국보다 대략 3배나 되기 때문이다.한국의 올해 3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3.66%, 저축성 수신금리는 1.95%로 예대마진이 1.71%p에 불과하다.

반면, 인도네시아 은행의 같은달 기준 대출금리는 10.51%∼11.64%, 수신금리는 7∼8%로 예대마진이 통상 5%p나 된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인구 2억7천만명이 1만7천여개 섬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은행 접근성이 떨어져 성인 인구의 계좌보유율이 40% 안팎에 불과하다.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은행 개수를 대폭 줄이고자, 합병이나 지분 인수를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워 해외은행 진입을 허용하는 것도 경쟁을 부추긴다.

인도네시아는 금산분리를 하지 않아 은행이 100여개, 지방 소형은행(마을금고)이 1천600여개에 이른다.
임철진 주인니 한국금융협의회 회장은 "한국 시장의 예대마진은 2%가 안 되고, 이미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갈 곳이 많지 않다"며 "인도네시아는 인구도 많고 성장 잠재력이 있어서 은행 이용률이 꾸준히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니 오케이은행장이기도 한 임 회장은 "인도네시아 서민층은 지방 소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연 20%, 사채를 빌리면 50%∼100%까지 이자를 낸다"며 "오케이은행은 현지인 가운데서도 '중저 신용자'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곳이 오케이저축은행이다.

앞서 진출한 국내 4대 은행과 달리 오케이은행은 중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추고, IBK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박주용 IBK기업은행 인도네시아은행 설립준비위원장은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신남방 정책 추진과 더불어 한국에서와같이 IBK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케이은행은 두 개 은행 합병을 통해 19개 지점을 확보했고, 3년 내 50개 지점 추가를 목표로 한다.

대부분 지점이 수도 자카르타에 있지만, 발리와 수라바야, 스마랑에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두 개 은행 합병을 통해 30개 지점을 확보했다.

주요 거점도시에는 모두 지점이 있으며, 2023년까지 55개 지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병삼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진출한 한국기업은 제조업부터 서비스업까지 총 2천여 개사에 이르며 그중에서도 최근 금융업계의 약진이 눈에 띈다"며 "정통적인 은행영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디지털 금융사업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는 내년에 태국 방콕이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한·아시아 금융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