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농담 한 송이 - 허수경(1964~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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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中농담은 봄에 날리는 꽃가루처럼 간지럽고도 괴롭다. 간지러우며 괴롭다니! 실없는 소리 같지만 그것이 인생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꽃가루를 옮기는 나비가 없었다면 꽃을 심지 않은 곳에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없듯! 농담은 ‘살고 싶다’는 진지함이 묻어 있는 것. 꽃가루를 묻혀 날아가는 나비의 몸짓은 살고자 하는 꽃의 농담이 틀림없다. 농담은 그토록 내밀한 것이다.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