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수색·인양 난제 산적…드론·잠수부 투입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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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유속에 시계 '제로'…기술적 문제, 장비도입 등 한계
시신 유실 방지용 망 설치도 아직 못해
韓 거주 헝가리인 "한국인들, 이런 일 생기면 신속하게 엄청난 노력 쏟아부어"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을 태우고 가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사고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에도 여전히 수중에서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인접 국가에서 들여온 최신 수중드론이 들어가기도 어려울 만큼 강물의 유속이 거세고, 오래 내린 비에 따른 흙탕물로 시야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기술적, 행정적 장애도 선체 수색과 인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빠른 유속, 흙탕물, 헝가리의 기술·장비 한계…수색·인양작업 난항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배의 무게만 40톤으로 현재 머르기트 섬 아래 임시정박한 헝가리 육군 소속 전투함이 닻을 통해 지탱하고 있다.거센 유속으로 배가 하류 쪽으로 떠밀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처다.
그러나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시신의 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은 진전이 더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헝가리 외교부 장관과 내무장관 등에게 강력히 요구한 시신 유실 방지용 그물망 설치는 잠수부 투입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망을 설치하려면 잠수부가 수중의 침몰 유람선 가까이 다가가 고정장치를 박고 망을 연결하는 작업을 손으로 해야 하는데, 잠수부 투입 자체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강물이 여전히 매우 빠르게 흐르고, 흙탕물로 수중의 시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헝가리 당국이 지난달 31일 두 차례 잠수부를 수중에 투입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다가 크게 다칠 뻔한 위험 상황이 있었다.인근 오스트리아에서도 전문 잠수부가 파견됐지만, 이 잠수부도 수중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민간용 어망이라도 던져 시신 유실을 방지해달라는 의견을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에 제시했지만, 이 역시 현지 사정상 실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잠수부 대신 선체 탐색과 시신 여부 등을 확인할 수중드론 투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정부는 이웃 유럽국가들의 협조로 소나(수중음향표정장치) 두 대와 수중 드론(무인탐지로봇)을 한 대 들여왔는데, 소나로는 고화질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선체에 근접해 들어가 카메라로 내부를 살필 수 있는 수중드론은 역시 거센 유속으로 인해 실패했다.수중드론의 동력이 빠른 유속을 이겨내고 선체 탐색을 할 만한 수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은 현재 다뉴브강의 빠른 유속이다.
정부 신속대응팀이 전날 사고지점 강물의 유속을 직접 처음으로 측정한 결과 5∼6㎞/h로 매우 빠르고 수중 시계도 '제로' 였다.
빠른 유속을 강제로 줄이기 위해 정부 신속대응팀은 침몰한 배 앞쪽에 모래를 가득 채운 대형 컨테이너에 강의 흐름이 돌아가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해봤지만, 헝가리 측이 보유한 기술과 장비로는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배의 인양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곳 강변에 대형 크레인이 대기 중이지만 거센 유속과 높은 수위의 강물 등 장애로 인해 선체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침몰한 배의 무게만 40톤에다가 안에 가득 찬 물까지 더해져 배를 인양하려면 대형 크레인 여러 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높은 강물의 수위로 인해 머르기트 다리를 크레인이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해 강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헝가리 당국은 대형 크레인을 강을 통해 가져오지 않고 육로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가져오는 것까지 검토했지만 실행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제도·문화·인프라 차이 실재…"한국인, 헝가리 가난한 나라라는 것 인식"
문제는 헝가리가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헝가리 정부가 자국의 주권 사항인 실종자 구조수색 등을 한국에도 어느 정도 허용한 것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외교적 배려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측 구조수색팀은 인력 운용이나 장비 도입, 행정적 지원 등은 전적으로 헝가리 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생각하는 바와 헝가리가 실질적으로 갖춘 제도와 능력, 장비 등에서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 방송 ATV는 지난달 31일 한국에 거주하는 헝가리인 자유기고가 '외제니아 S. 리'를 전화로 연결해 이런 문제를 다뤘다.
외제니아는 "한국의 뉴스 채널들은 헝가리가 동유럽의 가난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언론들이 7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을 유람선으로 운항하는 헝가리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헝가리에는 노후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법 규정이 없어 선령이 70년이나 되는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출항이 가능했다.이는 세월호 참사 후 '유도 및 도선 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30년이 넘은 선박은 운항할 수 없게 제한을 둔 한국과 다른 점이다.
이번 사고를 둘러싼 양국의 문화적 차이도 드러난다.
외제니아는 "한국 언론들은 헝가리 당국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서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면서 "두 나라 간에는 근본적인 문화 차가 있다.
한국에서 이런 비극이 발생하면 그들은 곧바로 뛰어들어 작은 성과라도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정부 신속대응팀은 최대한 헝가리와 협조해 수색과 인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답답함도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 잠수 요원들은 법률상 헝가리 외교부의 승인 없이는 (구조나 수색목적의) 잠수를 할 수 없다.우리도 빨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시신 유실 방지용 망 설치도 아직 못해
韓 거주 헝가리인 "한국인들, 이런 일 생기면 신속하게 엄청난 노력 쏟아부어"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33명을 태우고 가다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사고 닷새째인 2일(현지시간)에도 여전히 수중에서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인접 국가에서 들여온 최신 수중드론이 들어가기도 어려울 만큼 강물의 유속이 거세고, 오래 내린 비에 따른 흙탕물로 시야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내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기술적, 행정적 장애도 선체 수색과 인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빠른 유속, 흙탕물, 헝가리의 기술·장비 한계…수색·인양작업 난항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는 배의 무게만 40톤으로 현재 머르기트 섬 아래 임시정박한 헝가리 육군 소속 전투함이 닻을 통해 지탱하고 있다.거센 유속으로 배가 하류 쪽으로 떠밀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처다.
그러나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시신의 유실을 막기 위한 대책은 진전이 더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부다페스트에서 만난 헝가리 외교부 장관과 내무장관 등에게 강력히 요구한 시신 유실 방지용 그물망 설치는 잠수부 투입의 어려움으로 인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망을 설치하려면 잠수부가 수중의 침몰 유람선 가까이 다가가 고정장치를 박고 망을 연결하는 작업을 손으로 해야 하는데, 잠수부 투입 자체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강물이 여전히 매우 빠르게 흐르고, 흙탕물로 수중의 시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고 한다.
실제로 헝가리 당국이 지난달 31일 두 차례 잠수부를 수중에 투입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다가 크게 다칠 뻔한 위험 상황이 있었다.인근 오스트리아에서도 전문 잠수부가 파견됐지만, 이 잠수부도 수중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민간용 어망이라도 던져 시신 유실을 방지해달라는 의견을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에 제시했지만, 이 역시 현지 사정상 실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잠수부 대신 선체 탐색과 시신 여부 등을 확인할 수중드론 투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신속대응팀과 헝가리 정부는 이웃 유럽국가들의 협조로 소나(수중음향표정장치) 두 대와 수중 드론(무인탐지로봇)을 한 대 들여왔는데, 소나로는 고화질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선체에 근접해 들어가 카메라로 내부를 살필 수 있는 수중드론은 역시 거센 유속으로 인해 실패했다.수중드론의 동력이 빠른 유속을 이겨내고 선체 탐색을 할 만한 수준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의 핵심은 현재 다뉴브강의 빠른 유속이다.
정부 신속대응팀이 전날 사고지점 강물의 유속을 직접 처음으로 측정한 결과 5∼6㎞/h로 매우 빠르고 수중 시계도 '제로' 였다.
빠른 유속을 강제로 줄이기 위해 정부 신속대응팀은 침몰한 배 앞쪽에 모래를 가득 채운 대형 컨테이너에 강의 흐름이 돌아가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해봤지만, 헝가리 측이 보유한 기술과 장비로는 실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배의 인양은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곳 강변에 대형 크레인이 대기 중이지만 거센 유속과 높은 수위의 강물 등 장애로 인해 선체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침몰한 배의 무게만 40톤에다가 안에 가득 찬 물까지 더해져 배를 인양하려면 대형 크레인 여러 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높은 강물의 수위로 인해 머르기트 다리를 크레인이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해 강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헝가리 당국은 대형 크레인을 강을 통해 가져오지 않고 육로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가져오는 것까지 검토했지만 실행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제도·문화·인프라 차이 실재…"한국인, 헝가리 가난한 나라라는 것 인식"
문제는 헝가리가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헝가리 정부가 자국의 주권 사항인 실종자 구조수색 등을 한국에도 어느 정도 허용한 것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외교적 배려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측 구조수색팀은 인력 운용이나 장비 도입, 행정적 지원 등은 전적으로 헝가리 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생각하는 바와 헝가리가 실질적으로 갖춘 제도와 능력, 장비 등에서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 방송 ATV는 지난달 31일 한국에 거주하는 헝가리인 자유기고가 '외제니아 S. 리'를 전화로 연결해 이런 문제를 다뤘다.
외제니아는 "한국의 뉴스 채널들은 헝가리가 동유럽의 가난한 나라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언론들이 7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을 유람선으로 운항하는 헝가리의 실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헝가리에는 노후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는 법 규정이 없어 선령이 70년이나 되는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출항이 가능했다.이는 세월호 참사 후 '유도 및 도선 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30년이 넘은 선박은 운항할 수 없게 제한을 둔 한국과 다른 점이다.
이번 사고를 둘러싼 양국의 문화적 차이도 드러난다.
외제니아는 "한국 언론들은 헝가리 당국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다면서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다"면서 "두 나라 간에는 근본적인 문화 차가 있다.
한국에서 이런 비극이 발생하면 그들은 곧바로 뛰어들어 작은 성과라도 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정부 신속대응팀은 최대한 헝가리와 협조해 수색과 인양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답답함도 토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리 잠수 요원들은 법률상 헝가리 외교부의 승인 없이는 (구조나 수색목적의) 잠수를 할 수 없다.우리도 빨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