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꿔 달았지만…'삼중고' 직면한 더페이스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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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호실적 속 유일한 '옥의 티' 더페이스샵경기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유일한 '옥의 티'인 자사 원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Nature Collection)'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돈이 안되는 더페이스샵의 간판 변경을 통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 위해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전환 가속도
가맹점주 단체 행동 등 주변 환경 쉽지 않아
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처컬렉션은 지난 4월 기준으로 전국에 381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더페이스샵에서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 매장은 전체 매장 중 65%에 해당한다.네이처컬렉션은 자연에서 얻은 아름다움을 담은 다양한 제품을 한눈에 보고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콘셉트를 표방한 LG생건의 뷰티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다. 더페이스샵의 몰락으로 비욘드, 투마루 등 LG생건의 화장품 브랜드 이외에도 타사에도 문을 열고 소비자 확보에 나섰다.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악화다. 더페이스샵의 2014년 매출은 5330억원에서 지난해 3866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01억원에서 13억원으로 97.8% 급감했다. 더페이스샵의 직영 매장은 일찌감치 네이처컬렉션으로 바뀌었고 나머지 가맹점은 협의를 통해 전환을 지속적으로 유도 중이다.
하지만 LG생건의 이러한 시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드숍 자체가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 2017년 기준 로드숍 시장 규모는 2조290억 원으로, 전년 대비(2조8110억 원) 28% 급감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도 전년보다 15%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장 수는 2011년 5000개 이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000여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더페이스샵은 매장 수를 절반가량 줄였다.로드숍 가맹점주들이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도 더페이스샵에 부담이다.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등 5개 브랜드의 로드숍 가맹점주들은 지난 3월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 출범식을 열고 본사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LG생건 등 화장품 업체들이 시중 온라인몰에서 가맹점 공급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화장품을 팔마 가맹점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온라인몰에 똑같은 상품을 가맹점 공급가보다도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가맹점을 '테스트 매장' 수준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가맹점에서는 공급받기 어려운 인기 제품이 본사 온라인 직영몰과 이커머스 채널에서는 쉽게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페이스샵 점주는 "인기 상품의 경우 본사에 주문을 넣어도 재고가 없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며 "정작 온라인에서는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가맹점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출범식에는 우원식,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리를 함께 하며 힘을 보탰다. 정치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가 오는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역 파르나스몰에 매장을 오픈한다. 업계 관계자는 "편집숍 1위 업체인 올리브영도 세포라 진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마당에 후발주자인 네이처컬렉션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더페이스샵의 몰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LG생활건강의 사업들이 모두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차석용 LG생건 부회장은 대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룹의 호실적을 견인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조8748억원, 영업이익 3221억원, 순이익 2258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3%, 13.5%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화장품 사업은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 화장품 사업은 매출액 1조1396억원과 영업이익 24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3%, 16.1% 증가했다. '후' '숨' '오휘' 3대 브랜드 매출액만 합쳐도 7989억원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더페이스샵의 몰락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차석용 부회장이 더페이스샵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내치기도 힘들 것"이라며 "고가 화장품 브랜드는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매출 다변화 측면에서도 편집숍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