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개발' 시계 멈춰도…여의도 재건축은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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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작년 8월 보류지난해 8월 서울시의 ‘마스터플랜 보류’로 움츠러들었던 여의도 재건축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광장 등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에서 신고가가 나오고 거래 건수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드는 데다 파크원 브라이튼여의도 등 여의도 개발사업이 구체화되자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광장, 2억원 높게 거래3일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아파트 전용 117.36㎡는 지난달 15일 17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7월 거래된 가격(14억8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높다. 4월 7일에도 전용 138.31㎡가 16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이 평형은 2017년 4월 13억3000만원을 끝으로 거래가 없었다.
"매매금지 전에 사자" 거래 늘어
광장·미성 등 속속 최고가 경신
1978년 지어진 광장아파트는 대표적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중 한 곳이다.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10월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끊긴 이후 올 4월부터 다시 거래가 트이기 시작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 단지는 지난달 10일 한국자산신탁이 영등포구청에 시행자 지정을 신청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의도동 K공인 관계자는 “광장은 시범과 함께 여의도 주요 재건축 아파트 중에서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라며 “이달 중 사업자 지정고시가 되면 매매가 불가능(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해질 것을 우려해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고, 소유자들도 원하는 가격에 집을 넘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매물을 하나둘씩 내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각각 1976년과 1978년 준공된 삼부와 미성도 최근 가격이 오름세다. 삼부는 146.68㎡가 지난달 22일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1억9000만원에 거래된 지난해 7월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3월 18일 가격(19억원)에 비해서는 1억5000만원 오르며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 미성은 전용 91.9㎡가 4월 23일 12억4000만원에 손바뀜해 직전 최고가(11억5000만원)를 뛰어넘었다.
서울시 변수 여전
금융·정치 중심지인 여의도는 한강변을 끼고 있는 준공 40년 이상 된 단지가 많아 ‘재건축 잠룡’으로 불린다.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는 시범·공작·한양·광장 등 아파트 11곳, 6323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가 다시 보류한 이후 강력한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지난해 중반만 해도 월 40건에 달했던 거래량은 12월 이후 4~5건까지 급감했다.강남 재건축 시장이 반등을 시작한 4월 말께부터 여의도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있다는 게 일선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다음달 분양을 시작하는 초고층 주상복합 브라이튼여의도(49층)와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파크원(69층) 등 굵직한 초고층 프로젝트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의도동 M공인 관계자는 “14년 만에 여의도에 공급되는 아파트인 브라이튼여의도의 분양가에 따라 여의도 아파트 시세도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영등포구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마이너스를 이어오다가 5월 마지막주 보합(0.00%)으로 하락을 멈췄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건수는 17건으로 4월(5건)의 세 배가 넘었다.
다만 서울시의 인허가 변수 때문에 향후 방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는 작년 8월 마스터플랜을 전면 보류한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3기 신도시 발표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등에 따라 여의도에서도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커졌지만, 투자자들을 움직일 만한 다른 모멘텀이 없어 다시 눈치 보기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