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책임 강화됐는데, 감리기준은 모호…"자칫 제2 삼바 될라" 떨고 있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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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에도 회계법인 제재기업들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을 거스르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회계 리스크가 기업의 존폐를 좌지우지하는 변수로 떠오르면서 회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신(新)외부감사법 도입 이후 과도한 비용 급증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신외감법 도입으로 회계처리 책임이나 처벌 규정이 대폭 강화됐는데 감독당국의 감리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불만도 많다.
보수적 감사로 기업부담만 늘어
금융당국 감리제도 선진화해야
대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회계처리 불확실성을 가장 큰 부담으로 여긴다. 자칫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팽배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IFRS 기준에선 감사인의 주관적 판단이 중요한데 이 판단이 금융당국과 다르다고 형사처벌로 바로 넘어간 게 삼바 사건”이라며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만드는 분식이 아니라 회계 평가 기준이나 방법이 잘못됐다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 주요 국가는 기업들의 IFRS 회계처리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충분한 의사소통과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삼바 사태에 이어 회계 이슈로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진 아시아나항공 사태까지 터지면서 회계법인 보수 인상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소 상장기업들은 ‘상장폐지 공포’와 외부감사 비용 급증에 떨고 있다.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코스닥기업만 32곳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과 코넥스 기업은 이익 규모가 작아 가파르게 늘어나는 회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상장폐지 리스크를 감안할 때 울며 겨자 먹기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회계 전문가들은 금융감독원의 감리제도를 선진화해야 기업들의 ‘회계 포비아(공포)’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회계업계 전문가는 “금감원이 작은 회계처리 실수에 대해서도 감사인 제재를 강화하면 회계법인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심각하지 않은 회계 오류에 대해선 선진국처럼 제재가 아니라 지도나 권고하는 방식으로 감독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형/고윤상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