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가입하고, 더 많이 해지"…보험산업, 불황에 '직격탄'

장기보험 30%가 2년 내 해지
작년 해약환급금 3조 사상 최대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의 첫 보험료)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반면 보험 해지환급금은 통계 작성 이후 지난해 최대를 기록했다. ‘보험에 덜 가입하고, 더 많이 해지한다’는 뜻이다. 보험산업은 내수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경제의 장기 불황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의 올 1분기 초회보험료는 1조482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088억원) 대비 5.0% 감소했다. 2년 전인 2017년 1분기(3조1467억원)와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급감했다. 생보사 관계자들은 “2022년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인 영향이 크다”면서도 “보험료가 절반 아래로 급감한 건 불황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걱정했다. 통상 소액의 보장성보험을 많이 판매하는 손해보험업에 비해 저축성보험과 고액 장기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업이 경기에 더 민감하다.보험 해지로 지출되는 생보사 환급금은 지난해 말 기준 25조8134억원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말(22조1086억원) 대비 3조7048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환급금 증가 규모가 3조원을 넘은 것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해지환급금은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5조5827억원이었던 해지환급금은 이듬해 17조7885억원으로 2조원 이상 불어났다.

2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한 비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생보사 평균 25회차 계약유지율은 65.5%로 상반기(67.6%)에 비해 2%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25회차 유지율은 보험에 가입한 뒤 25개월째 보험료를 낸 비율이다. 장기보험 세 건 중 한 건은 2년 이내 해지한다는 얘기다.

보험사 고위임원은 “가계 사정이 나빠지면 전체 지출 중 가장 먼저 보험을 해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 영업점에선 요즘 영업 상황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들린다”고 우려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