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의 새로운 효도 "부모님 아닌 나를 위한 골프 치겠다"

'우승 후 라면 먹기'는 절제하기 위한 나와의 약속
이정은과 US여자오픈 'LEE6' 트로피.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부모님이 아닌 저를 위한 골프를 하고 싶어요."여자골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을 제패한 '효녀' 이정은(23)의 새로운 각오다.

이정은은 3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천535야드)에서 끝난 제74회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하고 처음 거둔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해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우승이었다.우승 세리머니와 기자회견 후 클럽하우스에서 우승 트로피 '하튼 S 셈플'(Harton S. Semple trophy)에 이름을 새긴 이정은과 따로 만났다.

이정은은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주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엄마, 아빠"라고 말했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 씨는 이정은이 4살 때 트럭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쓸 수 없다.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에 이정은은 지난해 11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1위로 통과하고도 미국행을 망설였다.

하지만 과감하게 미국행을 선택했고, 최고의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아버지께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이정은은 "아빠뿐 아니라 엄마도 포함해서 말해야 한다"며 "부모님은 제가 1번 홀을 치는 시간에 맞춰 새벽 3시쯤 일어나셨을 것이다.제가 선두권에 있으면 늘 새벽에 일어나서 중계를 보신다.

많이 긴장하셨을 텐데 좋은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US여자오픈 제패 이정은 감격의 눈물.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이정은은 속내를 꺼냈다.

그는 "KLPGA 1부 투어에 가기 전까지는 수입이 없어서 힘들었다. 골프를 잘하게 되면서 수입과 여유가 생겼지만, 그전까지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골프를 많이 했다. 과거에 굉장히 힘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고 싶다"고 털어놨다.

이정은은 앞서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집안이 부유하지 못해서 빠듯하게 골프를 했다. 돈을 꼭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굉장히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이정은은 행복한 골프를 하고 있다.

이정은은 "엄마와 아빠를 위해 골프를 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여기 미국에서는 저를 위해서, 저만 생각하고 골프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제가 행복하면 엄마와 아빠도 행복하니까…. 제가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 그게 효도인 것 같다. 저 자신을 위해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저도 그렇지만, 엄마 아빠도 '내 딸이 어떻게 미국까지 갔을까'라며 '미국에 간 것만으로 만족하자'고 하신다. 부모님은 '꼭 신인왕을 받아야 한다', '우승해야 한다'고 하지 않으신다"고 부모님의 마음에 고마워했다.

그는 "나도 미국에서 골프 치는 자체가 좋다. 꾸준히 성적도 내고 있으니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US여자오픈이라는 큰 대회 우승은 저와 부모님에게 과분하기도 하다"고 몸을 낮췄다.

이정은에게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박성현(26)처럼 신인왕은 물론, 상금왕, 올해의 선수 등 다관왕에 욕심이 있는지 물었다.

이정은은 "전혀요. 그렇게까지는 관심 없다"면서 "신인왕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은 기쁘다. 하반기에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다.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트로피에 입 맞추는 이정은. 사진=연합뉴스
이정은은 기자회견에서 "우승을 했으니 한국 라면을 먹고 싶다"고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모든 라면을 정말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너무 많이 먹는다"며 웃었다.

이정은은 골프를 위해 그 좋아하는 라면도 자제한다.

마지막으로 라면을 먹은 게 언제냐고 묻자 "마지막 우승 때죠. KB 때"라고 답했다.

지난해 10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이후로 7개월 이상 라면을 입에 대지 않은 것이다.

라면을 참는 이유에 대해 이정은은 "라면이 인스턴트 음식이라 몸에 안 좋을까 봐 참고 있다. 신지애 프로님을 만난 이후로 그렇게 했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지애 언니를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노 보기'를 하면 콜라 마시기, 톱5에 들면 신발 쇼핑 등 나만의 리스트를 정했다.
골프 선수 수입으로는 사고 싶은 것을 다 사게 된다. 이렇게 정해야 저축도 하고 절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정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과 동시에 톱5도 달성했으니 운동화도 살 계획이라며 웃었다.
KLPGA 신인왕 출신 이정은의 아버지이자 장애인 탁구선수인 이정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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