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주세 개편…캔·수제맥주 '웃고' 생맥주 '울고'
입력
수정
정부가 50년 만에 바뀌는 주류에 대한 과세를 맥주부터 종량세(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제도)로 바꾸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캔맥주와 수제맥주는 싸지지만 생맥주는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맥주 중에서도 저가 캔맥주는 가격이 일부 상승하지만, 프리미엄 캔맥주는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 프리미엄·수제맥주 업체 "만족"지난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3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은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우선 맥주의 경우 카스·하이트 같은 국산맥주는 856원, 수입맥주는 764.52원 매겨지는 L당 납부세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 경우 국산맥주의 L당 주세납부세액은 1.8% 감소해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같은 국내 맥주제조사들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L당 납부세액은 513.70원에서 442.39원으로 13.88%나 줄어든다. 수제맥주업체들이 이번 시나리오를 더 크게 반기는 이유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맥주에 주세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용역 결과에 환영한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연내 주세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캔맥주는 브랜드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국세청에 신고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전체 캔맥주는 L당 부과되는 세금이 324.37원 줄어 현행보다 28.94% 세부담이 줄어든다. 이중 수입맥주의 경우 고가 제품의 세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저가 제품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범교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저가맥주의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있지만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 등으로 현재의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저가 수입맥주의 가격상승요인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 생맥주 62% 크게 뛰어…소주는 '유예'이번 시나리오대로 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이뤄지면 생맥주는 납부세액이 L당 323.16원(62.45%) 증가해 가격인상 요인이 커진다. 생맥주는 오비·하이트·롯데 등 국내 제조 3사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큰 데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와 소규모 맥주 업체들도 대부분 생맥주를 생산하고 있어 매출 비중에 맥주의 세액 감소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생맥주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종량세 전환에 따른 생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병맥주는 26.05원, 페트는 38.13원 세금이 올라 마찬가지로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막걸리의 경우 현행 주세 납부세액 기준(40.44원/L)을 종량세로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탁주업계에선 현행 세 부담을 유지하는 현 개편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조세연은 정부가 기타주류의 분류 방식도 함께 개선해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는 활로 지원책을 마련하길 당부했다.
문제는 소주다. 일단 소주, 위스키 등에 대한 세제 변화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알코올 도수 21도가 넘는 증류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보드카, 리큐어 등은 오히려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 종량세 기준을 적용하면 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알코올 도수 15~20도 사이의 소주는 세부담이 다소 늘어 수 있어 정부에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소주업계는 종량세로의 전환에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다.
이종수 무학 사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소주 시장에 대한 파급력은 연구가 전혀 없고 급작스럽게 50년 지속돼 오던 구조를 전환하는 것에 곤혹스럽다"며 "과세체계 전환을 소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앞으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말 세제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 프리미엄·수제맥주 업체 "만족"지난 3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3가지 주세개편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시나리오는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종은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우선 맥주의 경우 카스·하이트 같은 국산맥주는 856원, 수입맥주는 764.52원 매겨지는 L당 납부세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 경우 국산맥주의 L당 주세납부세액은 1.8% 감소해 오비맥주나 하이트진로 같은 국내 맥주제조사들은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L당 납부세액은 513.70원에서 442.39원으로 13.88%나 줄어든다. 수제맥주업체들이 이번 시나리오를 더 크게 반기는 이유다.
임성빈 한국수제맥주협회 회장은 "맥주에 주세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의 용역 결과에 환영한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연내 주세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캔맥주는 브랜드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국세청에 신고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전체 캔맥주는 L당 부과되는 세금이 324.37원 줄어 현행보다 28.94% 세부담이 줄어든다. 이중 수입맥주의 경우 고가 제품의 세 부담은 줄어드는 대신, 저가 제품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홍범교 조세재정연구원 연구기획실장은 "저가맥주의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있지만 개별 브랜드 간 경쟁, 대형마트와 편의점 간 경쟁 등으로 현재의 '4캔에 1만원' 기조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간 경쟁으로 저가 수입맥주의 가격상승요인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 생맥주 62% 크게 뛰어…소주는 '유예'이번 시나리오대로 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이뤄지면 생맥주는 납부세액이 L당 323.16원(62.45%) 증가해 가격인상 요인이 커진다. 생맥주는 오비·하이트·롯데 등 국내 제조 3사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큰 데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와 소규모 맥주 업체들도 대부분 생맥주를 생산하고 있어 매출 비중에 맥주의 세액 감소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생맥주의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종량세 전환에 따른 생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부 제한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병맥주는 26.05원, 페트는 38.13원 세금이 올라 마찬가지로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막걸리의 경우 현행 주세 납부세액 기준(40.44원/L)을 종량세로 그대로 적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탁주업계에선 현행 세 부담을 유지하는 현 개편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조세연은 정부가 기타주류의 분류 방식도 함께 개선해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는 활로 지원책을 마련하길 당부했다.
문제는 소주다. 일단 소주, 위스키 등에 대한 세제 변화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알코올 도수 21도가 넘는 증류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보드카, 리큐어 등은 오히려 세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 종량세 기준을 적용하면 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알코올 도수 15~20도 사이의 소주는 세부담이 다소 늘어 수 있어 정부에 가장 큰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소주업계는 종량세로의 전환에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편이다.
이종수 무학 사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소주 시장에 대한 파급력은 연구가 전혀 없고 급작스럽게 50년 지속돼 오던 구조를 전환하는 것에 곤혹스럽다"며 "과세체계 전환을 소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정부는 앞으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말 세제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