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썰쩐]삼성엔지니어링, 소송 영향 '미미'…"저가 매수 기회"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 프로젝트와 관련해 컨소시엄사로부터 중재 소송에 피소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건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중론이다. 2분기부터 본격화될 업황 개선 가능성을 고려해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주문이다.

4일 오전 10시 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350원(2.33%) 오른 1만5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9.9% 급락했다. 2017년 계약해지 된 사우디 얀부 발전 프로젝트 관련 컨소시엄사의 중재신청 때문이다. 원화 기준 청구금액이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의 64%에 육박하며 2015년 대규모 손실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것이 가파른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다.지난 3일 오전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 얀부 프로젝트의 컨소시엄 파트너사인 현지건설사 알토우키와 그 협력사인 비전으로부터 7232억원(6억 달러)에 달하는 중재소송에 피소됐음을 공시했다. 이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얀부 발전 프로젝트의 계약해지 원인을 제공했고 따라서 프로젝트에서 발생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의 산하기관인 해수담수청(SWCC)이 발주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2012년 12월 알토우키, 비전과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다. 그러나 발주처인 사우디 해수담수청이 계약 조건 내용 중 연료를 싱글에서 듀얼로, 발전설비를 중국산에서 프랑스산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공사 증액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후 공기가 지연됐고 2017년 1월 발주처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프로젝트 타절의 귀책사유가 발주처에 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중재 신청을 한 상태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5000억원(4억5000만 달러)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컨소시엄 파트너인 알토우키와 비전은 사우디 업체이기 때문에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이 신청한 사우디 정부 대상 중재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신 컨소시엄 리더인 삼성엔지니어링을 중재 신청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통상 국제중재재판의 판결에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엔지니어링-사우디 정부 간 소송의 결과는 일러야 2020년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알토우키와 비전의 이번 소송 결론은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계약해지의 책임이 삼성엔지니어링에 있다는 판결이 전제돼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알토우키와 비전의 소송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어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중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알토우키의 중재 신청은 논리적으로 성립이 불가능하다. 중재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알토우키 간 책임을 가리는 것이 관건이 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는 8월 반대서면 제출을 통해 원고인 알토우키와 비전의 주장이 부당함을 밝히고 원고의 컨소시엄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금액 청구를 준비 중이다.금융투자업계는 이번 소송 건이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손해배상 여부가 확정될 때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예정이며 삼성엔지니어링이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청구된 금액 전액을 배상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시된 피소 금액 6억달러는 해당 업체의 총 공사 금액인 15억 달러의 40%로 계약 해지 시까지 진행된 공사비의 전액을 청구하는 과도한 요구"라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전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투키사의 청구금액이 간접적인 손실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여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손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금액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이번 소송보다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화공부문 수익성 개선 및 해외수주 예상치 상향 여부 등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기준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라는 주문이다.

김선미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화공부문 매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예정인데 2분기에도 화공부문 원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다소 보수적이었던 해외수주 목표치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이즈(소음)보다는 업황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