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에너지 인프라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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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석 < 전력거래소 경인지사장 >얼마 전 강원 강릉 과학단지 내 벤처공장의 수소탱크가 폭발해 사상자가 여러 명 생겼다. 이 사고 여파로 3300㎡ 규모의 건물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붕괴 위험마저 있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며 1개월 전 다녀왔던 일본의 수소에너지제품연구시험센터(HyTReC·hydrogen energy test and research center)가 떠올랐다.
일본 후쿠오카현 이토시마시에 있는 HyTReC는 후쿠오카현이 주도해 설립한 수소연구기관이다. 후쿠오카현은 친환경 수소에너지 이용을 위해 연구개발(R&D), 인재육성, 사회 실증, 정보거점 구축, 신산업 육성과 집적을 중심으로 하는 ‘후쿠오카 수소전략(Hy-Life 프로젝트)’을 추진 중이다. 수소산업 클러스터링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규슈대와 민간 기업 간 산·학·연 협력을 통해 HyTReC를 2009년 설립, 운영하고 있다.HyTReC는 거대한 격납 빌딩 안에 수소자동차나 수소충전소의 부품을 테스트하는 다양한 실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실험 때 발생할 수 있는 폭발 상황에 대비해 강력한 환기시설과 내폭진공실, 25㎝의 강화 콘크리트 벽면 등 다중 안전장치가 구비돼 있다. 혼다나 도요타 등 자동차 대기업은 독자적인 수소실험 및 평가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소 규모 수소부품 제조사의 경우 자체 실험시설이 없다. 따라서 이들 제조회사는 부품을 납품하기 전에 이 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부품 실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발 등 위험 요인을 이 연구소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부러운 점은 수소에너지 활용을 위한 ‘관-산-학-연 체계’가 잘 갖춰졌다는 것이다. 현은 정책과 예산을 지원하고, 국립 규슈대는 R&D로 지식재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소 관련 기업체는 연구기관의 시험 결과를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돼 있다.
한국이 HyTReC 같은 수소에너지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면 강릉 과학 단지내 벤처 공장의 수소 탱크 폭발사고처럼 실험 과정에서 귀중한 목숨과 재산을 잃는 재난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와 관련해서도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