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아닌 '노총' 존중…민노총에 끌려다닌 정부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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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위의 권력 민노총 대해부 (3·끝) 민노총이 폭주하는 진짜 이유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무소불위 행태는 이미 예고된 일이다.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비장함 속에 태동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계의 협조를 담보하기 위해 민주노총 위원장을 장관급 위원들과 격을 맞췄다. 지금은 대통령이 민주노총 위원장을 응대하고 있다. 청와대는 2017년 말 김명환 위원장이 선출되자마자 모셔갔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 차례나 김 위원장을 만났다. “장관 정도는 격이 안 맞는다”는 노동계 인사들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공직사회와 정부기관이 인식하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다. ‘노동계와 척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법 집행자는 어디에…정부가 안 보인다일선 현장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민주노총 눈치 보기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 2017년 11월 노동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고용노동부에 설치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는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가 참여했다. 근로감독관의 업무용 컴퓨터까지 강제로 조사했다. 지운 파일까지 되살려 조사하는 디지털 포렌식팀도 동원됐다. 여파는 컸다. 일선 근로감독관은 노조가 문제 삼는 사건은 법대로 처리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노조가 원하는 것을 거부했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여간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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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경찰도 마찬가지다. 노동계의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은 사라졌다. 최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을 점거한 노조가 온갖 불법행위를 했지만 지켜만 보는 지경이다. 일선 경찰관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노동존중 시대에 공연히 대응한다고 나섰다가 노조원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형사처벌에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할 판인데 누가 섣불리 나서겠느냐는 얘기다.
노동·복지정책 ‘민주노총의 뜻대로’노동계의 숙원사업은 현 정부 들어 착착 법·제도·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존중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고임금 대기업 노조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각종 수당과 성과급을 같이 밀어올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현대자동차 직원 7000명도 최저임금법 위반을 걱정할 정도다.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겠다는 근로시간 단축도 마찬가지다. 정작 인건비 폭등으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영세기업 근로자들은 저녁 먹고 밤에 ‘투잡’을 뛰는 처지가 됐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민주노총의 숙원사업이다. 명분은 노동권을 국제 기준에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직교사의 노조활동 문제로 법외노조 상태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합법화하기 위한 것이 실제 목적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업현장에서는 ILO 협약대로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면 기울어진 노사 관계가 아예 뒤집어진다고 우려하지만 정부는 ‘마이웨이’다. 민주노총이 참여하지도 않았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비준 논의를 종료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정부는 ILO협약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도 같이 추진한다고 얼버무렸지만 ‘선(先)비준 후(後)입법’이라는 노동계 주장에 휘둘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부는 ‘선입법 후비준’ 원칙을 보여왔다.이익단체 넘어 권력집단으로
법원·검찰 등에서도 노동계 입김은 거세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법률원에는 소속 변호사와 공인노무사가 60명을 훨씬 넘는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김앤장, 율촌 등 국내 대형 로펌이 20~30명인 것과 비교된다. 통상임금 등 노동계가 이끌고 있는 주요 소송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본래 이익단체이자 압력단체다. 마땅히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현 정부는 노동이 곧 정의로 비칠 정도로 노동존중 정책을 펼치면서 민주노총이 무소불위 행태를 자행하는 자양분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잃은 민주노총의 행태는 영세자영업자, 부품사·협력업체 근로자, 건설현장 일용근로자, 취업준비생, 국민 모두의 피해로 돌아간다.
작금의 민주노총 행태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를 돌아보게 한다. 대한항공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당시 파업에 들어가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국민 불편과 물류 지연을 우려한 조치였다. 긴급조정권이 발동하면 법에 따라 파업을 즉시 중지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계는 단체행동권 침해라며 반발했지만 강행했다. 필요하면 법이 정한 수단을 과감히 꺼내 법치를 구현하려 했던 노무현 정부의 원칙과 결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