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패르트 '거울 속의 거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아르보 패르트(1935~)의 ‘거울 속의 거울’(1978)은 현대음악이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다. 원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인데, 바이올린 대신 첼로나 다른 멜로디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온음계 속에서 단순하게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선율 성부와 그 삼화음 안에서만 움직이는 반주부가 곡을 구성한다. 그 단순성은 패르트가 옛 성가를 깊이 연구하면서 확립한 방식이다. 그 결과는 놀랍다. 느리고 명상적이어서 듣자마자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온 듯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멜로디는 천천히 선율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느긋하게 화음을 연주하는 피아노가 가끔 저음을 울리거나 높은 음역에서 종소리 같은 소리로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0분 남짓한 짧은 곡이지만 영원을 경험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거울 속의 거울’이야말로 무한성의 상징 아닌가?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