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60억弗 투자…태우지 않는 담배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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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 개발의 산실스위스 북서부의 뇌샤텔. 인구 3만2000여 명의 이곳엔 글로벌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의 연구개발(R&D)센터 ‘큐브(Cube)’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8일 큐브를 찾았다. 의학 제약 생활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 43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연기가 없고, 인체에 덜 해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이를 보여주듯 야첵 올자크 PM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인터뷰 중간에 자사 제품 아이코스를 잇따라 꺼내 물었다.
필립모리스 R&D센터 가보니
큐브에서 만난 PMI의 최고경영진은 “가장 좋은 선택은 담배를 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금연하지 못하는 흡연자들이 인체에 덜 해롭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PMI는 말보로 등과 같은 기존 연초 담배만 생산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회사다. PMI의 세계 연초시장 점유율은 약 16%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흡연 인구는 2025년에도 10억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비슷하다. 현상 유지만 해도 1억4500만 명 정도가 PMI가 생산하는 연초 담배를 소비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PMI는 2008년부터 혁신을 시작했다. 아이코스와 히츠 등 인체에 덜 해로운 대안 제품 연구에 나섰다. 지금까지 R&D에 60억달러를 투자했다. 올자크 COO는 “1990년대 후반부터 덜 해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담배회사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터져나왔다”며 “PMI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과감하게 도전했고,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의 아이코스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PMI는 과거 100여 년간 혁신을 거듭한 다른 분야와 달리 담배산업에선 혁신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1900년대 초까지 세계적으로 연 약 1400만 명이 상한 음식 등을 섭취해 장염으로 사망했지만, 냉장고 등 제품 혁신으로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런데 담배산업에선 1880년 영국인 필립 모리스가 담배를 마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위험을 줄여주는 제품에 대한 혁신이 없었다는 것이다.PMI가 아이코스를 출시한 지 5년.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담배인 아이코스는 47개국에서 정부 승인을 받고 판매되고 있다. PMI는 올 1분기까지 730만 명이 연초에서 아이코스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5년까지 1억4500만 명의 PMI 제품 소비자 중 4000만 명을 아이코스 등과 같은 대안 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모이라 길크리스트 PMI 과학부문 부사장은 “아이코스는 중독성과 위험성이 전혀 없는 제품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일 뿐”이라며 “전환하는 흡연자가 더 늘면 언젠가는 PMI가 연초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자크 COO도 “개인적으로는 필립모리스가 연초 담배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뇌샤텔=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