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파업에 멈춘 건설현장…일감 끊긴 일용직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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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노조, 파업 돌입양대 노동조합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4일 파업에 들어가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지체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양대 노조에 속하지 않은 건설 일용직 근로자 상당수가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파업에 동참한 타워크레인은 1716대에 달한다. 3500대 수준으로 추정되는 국내 타워크레인의 절반이 작업을 중단한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이동식 크레인 차량을 부르거나 일용직 인부를 동원해 건설자재를 나르고 있지만 공사 지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루 수억원의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판이지만 타워크레인 노조는 현장을 점거한 채 대체 인력 투입을 저지하고 있다.공사 중단으로 일용직 인부들은 실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 인력공급업체 관계자는 “파업으로 50명을 공급하던 공사장 인력이 이날 40명으로 줄었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마저도 끊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빌딩·아파트 건설현장 '마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건설업 분야 종사자는 약 199만3000명이다. 파업으로 1%만 일자리를 잃어도 1만9000여 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체 장비 투입과 작업 전환 등으로는 한계가 있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타워크레인 1716대 '스톱'…700명 넘던 건설현장 600명 일감 잃어4일 오전 서울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건설현장. 약 1700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공사지만 이날 현장에 출근한 건설 노동자는 100여 명에 불과했다. 전날까지 700여 명의 인부가 북적거리던 현장에는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라고 적힌 현수막만 나부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타워크레인 노조원과 목수, 철근·형틀공 인부들이 연대파업에 들어가면서 공사현장이 ‘일시정지’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 하루에만 3억원 넘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가 4일 임금 인상과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서울에서만 40개 넘는 건설현장에서 골조 작업이 중단되거나 지체됐다. 이날 전국 558곳의 공사현장에서 멈춰선 타워크레인 수는 1716개에 달한 것으로 경찰청은 집계했다. 건설업체들은 이동식 크레인차량을 긴급 조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파업으로 일감이 끊긴 일용직 건설노동자들도 힘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파업 지속되면 일용 근로자 일감 바닥이날 오전 서울 면목동 재개발 건설현장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지역 인근 3개 건설현장에서 9대의 타워크레인 중 7대가 멈췄다. 서울 강남지역 최대 규모 아파트 건설현장인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에서도 5대 중 4대의 타워크레인이 가동되지 않았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건설현장 역시 8대 중 6대가 노조에 점거당했다.
건설현장 14곳에서 타워크레인 61대를 쓰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41대가 파업으로 작업을 멈춘 것으로 파악했다. 현대건설은 공사장 40곳에 투입된 크레인 200대 중 180여 대가 점거됐다. 한화건설은 15개 현장 중 12개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작업이 중단됐다.
타워크레인은 건축물의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의 핵심이다. 철근을 비롯한 각종 건축자재를 수십m 높이의 시공 장소로 올리는 역할을 하는데, 자재 운반이 멈추면 골조 공사가 중단된다. 골조 공사가 멈추면 내부 설비 작업도 할 수 없다.업체들은 대응책을 찾고 있지만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면목동, 방배동, 여의도동 등의 건설현장에서는 이동식 크레인차량들이 골조 자재를 운반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졌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크레인차량의 효율이 일반 타워크레인의 20~30% 수준에 불과한 데다 차량을 배치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공사 지체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4~5층 이상으로 건물을 올린 현장은 크레인차량조차 쓸 수 없어 손을 놓은 상태다. 한 골조전문 건설사는 “크레인차량 3대를 빌리면 하루에만 300만원이 나간다”며 “파업이 1주일만 지속돼도 2000만원 넘는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했다.
공사가 지체되면서 인부들의 일감도 줄어들고 있다. 골조 공사가 한창인 초기 건설현장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 면목동에서 형틀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일용직 노동자는 “파업이 지속되면 사흘 안에 일감이 바닥난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른 공사현장을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운영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은 타워크레인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들은 협력업체로부터 월급과 비슷한 수준의 월례비 500만원 정도를 따로 받는다”며 “연수입이 1억원이 넘는데 임금 인상을 내걸고 파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소형 크레인 대책 나와야 점거 풀 것”
건설사들은 타워크레인 파업으로 하루에만 수천만~수억원의 피해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가 하루 지체되면 전체 도급금액의 0.1%를 지체보상금으로 물어야 한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공사장의 경우 하루 동안 공사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액만 3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물어야 할 보상은 별도다. 파업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전국적으로 피해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비상대책반을 꾸려 이번 파업에 대응하고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체장비 투입, 작업 전환 등으로 건설현장이 큰 무리 없이 운영될 수 있겠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다른 공정도 차질을 빚게 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모른다”며 “이번주까지는 파업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조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국토부는 소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하지 말라는 노조 측 주장에 선을 그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일반 타워크레인보다 사고 비율이 높다며 정부가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여부의 결정권은 건설사 등 사업자에 있다”며 “정부가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일자리를 임의로 빼앗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형 크레인이 더 위험하다는 노조 주장도 반박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반(3t 이상) 타워크레인과 소형(3t 미만)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비율은 7 대 3으로, 운영되는 크레인 수 비율과 비슷하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소형 크레인 관련 안전대책이 나오면 점거농성을 풀겠다”고 밝혔다.
배태웅/양길성/배정철/이주현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