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베트남 시장'에 공들이는 한화그룹

베트남에 꽂힌 김승연 회장
"글로벌 공략 전초기지로 만들자"
한화그룹이 베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1억 명에 가까운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베트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베트남이 글로벌 한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롯데, 신세계, SK그룹에 이어 한화도 본격적인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화 태양광 패널을 단 보트 기증한화그룹 경영진은 세계환경의 날인 5일 베트남으로 날아갔다. 베트남 남부의 빈롱시에 두 척의 보트(사진)를 기증하기 위해서다. 최선목 한화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사장을 비롯해 백종국 한화생명, 천두환 한화테크윈 베트남법인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베트남에선 응우옌티티엔푸엉 천연자원환경부 과학기술국장 등 80여 명이 기증식에 참석했다.

한화가 기증한 두 척의 보트는 각각 전장 6.45m, 폭 2.3m, 높이 2.6m 크기다. 보트들은 메콩강에서 연간 220t의 부유 쓰레기를 수거할 예정이다.

한화의 보트 기증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발원해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남쪽 바다로 흘러가는 4350㎞ 길이의 메콩강 하류는 수상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쓰레기 수거 보트를 기증한 것이다. 보트엔 한화큐셀이 제작한 최신 태양광 모듈과 배터리를 넣었다. 태양광 동력으로만 움직여 매연도 없다.베트남에서 반응도 호의적이다. 짠호앙뚜우 빈롱성 부인민위원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낸 한화에 감사드린다”며 “메콩강도 이 덕분에 깨끗해져 베트남 국민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 두 대의 가격인 2억원으로 태양광발전 전략 투자 지역인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한화는 베트남에서 태양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계열사들 본격 진출

한화그룹이 베트남에 본격 진출한 건 지난해부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하노이 인근에 10만㎡ 규모의 항공기 엔진부품 공장을 준공했다. 베트남에선 첫 항공엔진부품 공장이었다. 당시 김 회장도 준공식에 참석했다. 2014년 이라크 신도시 건설 현장 방문 후 4년 만에 찾은 해외 현장이었다.한화테크윈도 지난해부터 박닌성에서 폐쇄회로TV(CCTV)와 영상저장장치(DVR) 등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월 하노이의 온라인 증권사인 HTF증권 지분 90%를 사들였고,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베트남의 삼성’이라는 빈그룹에 4억달러(약 4800억원)를 투자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화생명에 이어 테크윈, 에너지, 에어로스페이스까지 베트남에서 그룹의 역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베트남이 글로벌 한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2009년 국내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전국 106개 지점에 서 1만4319명의 설계사가 일하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7.08%로 정부 목표치(6.70%)를 넘을 만큼 경기가 좋다”며 “내수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커 SK 한화 등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