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사용처 밝혀라" 강성부 펀드, 한진칼 또 압박

1600억 장부 열람 가처분신청
"경영권 방어에 활용 의혹"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회계장부 열람도 요구하고 나섰다.

한진칼은 KCGI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5일 공시했다. KCGI는 한진칼에 지난해 12월 5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보한 신규 차입금 1600억원의 사용 내역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 세 곳에서 차입한 600억원의 사용 명세서와 증빙서류, 일곱 곳에서 빌린 1000억원의 사용 명세서다.

KCGI는 한진칼이 자산 규모 2조원을 넘기기 위해 불필요한 차입을 늘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한진칼은 해당 차입으로 지난해 말 자산총액이 개별 재무제표 기준 2조166억원으로 늘어났다. 자산이 2조원을 넘으면 현행 상법에 따라 감사 선임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하면 감사인을 선임할 때와 달리 ‘지배주주 일가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규정’을 피할 수 있다.

한진칼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연말연시 금융사 업무 일정 등을 감안해 진행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KCGI는 연이은 소송으로 한진그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진칼은 전날 KCGI가 ‘조원태 신임 한진그룹 회장 선임의 적법성을 따지겠다‘는 내용의 경영권 분쟁 소송을 지난달 29일 제기했다고 밝혔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분 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왔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KCGI의 공세에 이날 한진칼 주가는 2250원(5.44%) 오른 4만3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칼 우선주는 6만1200원으로 18.60% 급등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