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돼지열병 방역현장서 지자체 '안일한 대처' 질책

"최고 수준 방역태세 지시한지 사흘째인데 지자체에 전달 안돼"
방역현장 두번째 방문해 '최고수준 방역' 강조…"0.001% 빈틈도 안돼"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경기 북부 접경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현장을 점검했다.지난 1일 한강하구 접경지역인 강화도 방역현장을 찾은 데 이어 나흘 만에 또다시 현장을 찾은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 몽골, 베트남 등에 이어 북한에서까지 발생하자 방역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지역 방역현장을 꼼꼼히 점검해 국내 유입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경기 양주시에 있는 경기북부 동물위생시험소를 방문, 서상교 경기도 축산산림국장으로부터 경기도의 차단방역 추진상황에 관해 설명을 듣고, 양돈 농가와 야생 멧돼지에 대한 검사·모니터링 상황을 살폈다.이 총리는 "멧돼지가 하루 15㎞를 이동하는데 아직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신고된) 북한 자강도에만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에 대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통보를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를 당할 수 있다"며 철저한 방역 대비를 강조했다.또한 경기도 관계자가 현황 보고에서 '심각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제가 월요일(3일) 아침에 '최고' 수준 방역태세로 하라고 지시했는지 그게 여기까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심각에 준하는 게 아니라 이미 심각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어 "오늘이 지시한 지 사흘째인데 아직도 '심각에 준하는'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아울러 "농가별 담당 공무원 제도를 뒀는데 주 1회 현장을 점검하는 것이 이 상황에 맞는 것이냐"며 "(현장 점검을) 더 촘촘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그는 "이곳에 차량이 들어올 때 소독을 하는데 차량 뒷면은 소독이 잘 안 된다"며 "차를 더 앞으로 빼서 소독하든지, 살포하는 것을 다방면으로 바꿔보든지 하라"고 세심한 지시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방역에) 0.001%라도 빈틈이 생기면 안 된다"며 "특별관리지역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양돈 농가를 점검·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파주시 적성면 거점소독시설로 이동해 시설 운영 현황도 확인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언제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뚫릴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뚫렸다 하면 양돈 산업은 몇 년 동안 망가진다"고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길 수 있는) 멧돼지를 모두 잡아도 좋다고 생각해도 좋다"며 적극적인 멧돼지 포획을 주문했다.

현장 방문에는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남창우 파주시장, 김대순 양주시 부시장 등이 함께했다.이 총리는 이날 방문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많이 남하했다고 보고, 최고 수준으로 방역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침이 지방 일선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서로 점검해야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