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막걸리만 일단 종량세로…소주나 다른 주종은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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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세금 역차별' 맥주, 최저세율 적용에 불만없는 막걸리부터
정부 "소주 등 나머지도 종량세 전환 추진"…목표 시점은 안 정해
정부가 5일 술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가격'에서 '양이나 알코올 도수'로 바꾸기로 하고 이를 우선 내년에 맥주와 막걸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주류 과세 방식을 50여년 만에 종가(從價)세에서 종량(從量)세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소주·증류주, 약주·청주·과실주 등에 대해서도 향후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종·업체 간 이해관계가 워낙 엇갈려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산·수입 맥주 '세금 역차별' 논란이 계기…종량세 전환 쉬운 맥주·막걸리부터
정부가 1968년부터 50년 넘게 종가세로 유지하던 주류 과세 방식을 이번에 손질한 것은 국산과 수입 맥주 간 과세체계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국내 맥주 업계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표준 차이로 국산 맥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수입 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주세 개편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출고가격(제조원가+이윤+판매관리비)을 과세표준으로 잡는 국산 맥주는 지난해 ℓ당 평균 848원(잠정치)의 주세를 냈지만, 수입 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수입 맥주에 부과된 세금은 ℓ당 709원이었다.수입 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4캔 1만원' 행사 등을 통해 2015년 8.5%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을 작년 20.2%까지 배 이상 끌어 올렸다.
정부는 이번에 맥주뿐 아니라 전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면서 소주·맥주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 추진하고,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에 부합하게 하며, 소비자에게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교정세로서의 주세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3가지 기본 원칙을 정했다.
또, 종가세 체계 하에서 50여년간 형성돼 온 현 주류 시장과 산업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했다.그 결과 단일 주종이고 도수의 범위가 넓지 않은 데다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해 종량세 전환이 수월한 맥주와 막걸리부터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5%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세액 변동이 없다.
2017년과 작년의 ℓ당 주세 40.4원과 43.0원의 평균을 적용해 ℓ당 41.7원의 개정 세율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주세 부담이 현저히 낮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종량세로 전환해 업계로서는 이득을 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 맥주 업계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고품질 맥주와 막걸리의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류업체들은 그동안 과세표준인 제조원가를 낮춰야 해 국내산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지 못 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원료를 쓸 수 있을 전망이다.
막걸리의 경우 국산 쌀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소주 등 다른 주종 종가세 유지…정부 '향후 추진' 밝혔으나 '난제'
이번 개편안에서 소주와 증류주, 약주·청주·과실주, 와인·사케 등은 종량세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종가세로 남겨둔 주종도 향후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목표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세 개편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며 "전환 여건이 성숙한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고, 다른 주종은 맥주·탁주의 전환 효과, 음주 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등의 측면을 봐가며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위스키 소비 비중이 높지만 소비 패턴에서 위스키 비중이 점점 줄고 수입액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패턴이 좀 더 가속화하면 (위스키와 대체관계인) 소주 업계도 종량세를 수용할 수 있고 (증류주) 전체를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맥주와 막걸리 이외의 다른 주종은 종량세 전환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에 종량세 전환에 반대했던 소주나 약주·청주·과실주 업계가 앞으로도 입장을 바꿀 요인이 거의 없어 업계 의견수렴 관문을 넘기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소주는 위스키 등과 과세체계에서 '증류주'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어 종량세 전환 시 같은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 이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
지난 2000년 '주세 분쟁' 때 정부는 WTO 결정에 따라 모든 증류주의 세율을 72%로 일치시켰다.
따라서 일반 소주(희석식 소주)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증류주로 한데 묶인 위스키, 보드카, 백주, 그리고 화요 등 증류식 소주의 세금을 지금보다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소주의 '대체재'가 생겨나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소주 업계는 우려한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는 '고도주 고세율'이 원칙인 종량세 전환 시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약주, 청주, 복분자 등 과실주 등도 와인·사케 등과 경쟁 관계인 점이 고려됐다.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한꺼번에 전환하면 비싼 와인과 사케는 세금이 크게 낮아져 약주, 청주, 과실주 등 우리 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기타 주류로 분류되는 와인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종량세 체계 설계가 쉽지 않고, 종량세 도입 시 고가의 수입 와인에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점이 고려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호주와 터키가, 비OECD 회원국에서는 중국 등이 종량세와 종가세를 혼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호주는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하되 포도주에만 종가세를 적용하고, 터키도 종량세로 과세하되 맥주만 종량세액을 최저한세로 하는 종가세를 적용한다.
나머지 OECD 회원국은 모두 종량세 방식이다.정부 용역을 맡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맥주와 탁주 외 나머지 주종도 종량세로 전환하되 시행시기를 5년 유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연합뉴스
정부 "소주 등 나머지도 종량세 전환 추진"…목표 시점은 안 정해
정부가 5일 술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가격'에서 '양이나 알코올 도수'로 바꾸기로 하고 이를 우선 내년에 맥주와 막걸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주류 과세 방식을 50여년 만에 종가(從價)세에서 종량(從量)세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소주·증류주, 약주·청주·과실주 등에 대해서도 향후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주종·업체 간 이해관계가 워낙 엇갈려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산·수입 맥주 '세금 역차별' 논란이 계기…종량세 전환 쉬운 맥주·막걸리부터
정부가 1968년부터 50년 넘게 종가세로 유지하던 주류 과세 방식을 이번에 손질한 것은 국산과 수입 맥주 간 과세체계 형평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기 때문이다.국내 맥주 업계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과세표준 차이로 국산 맥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수입 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주세 개편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출고가격(제조원가+이윤+판매관리비)을 과세표준으로 잡는 국산 맥주는 지난해 ℓ당 평균 848원(잠정치)의 주세를 냈지만, 수입 신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수입 맥주에 부과된 세금은 ℓ당 709원이었다.수입 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4캔 1만원' 행사 등을 통해 2015년 8.5%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을 작년 20.2%까지 배 이상 끌어 올렸다.
정부는 이번에 맥주뿐 아니라 전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면서 소주·맥주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 추진하고, 통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에 부합하게 하며, 소비자에게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교정세로서의 주세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3가지 기본 원칙을 정했다.
또, 종가세 체계 하에서 50여년간 형성돼 온 현 주류 시장과 산업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 했다.그 결과 단일 주종이고 도수의 범위가 넓지 않은 데다 업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찬성해 종량세 전환이 수월한 맥주와 막걸리부터 종량세로 전환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5%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세액 변동이 없다.
2017년과 작년의 ℓ당 주세 40.4원과 43.0원의 평균을 적용해 ℓ당 41.7원의 개정 세율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주세 부담이 현저히 낮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종량세로 전환해 업계로서는 이득을 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 맥주 업계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고품질 맥주와 막걸리의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류업체들은 그동안 과세표준인 제조원가를 낮춰야 해 국내산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지 못 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원료를 쓸 수 있을 전망이다.
막걸리의 경우 국산 쌀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소주 등 다른 주종 종가세 유지…정부 '향후 추진' 밝혔으나 '난제'
이번 개편안에서 소주와 증류주, 약주·청주·과실주, 와인·사케 등은 종량세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종가세로 남겨둔 주종도 향후 종량세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목표 시점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세 개편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며 "전환 여건이 성숙한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종량세로 전환하고, 다른 주종은 맥주·탁주의 전환 효과, 음주 문화 변화, 소비자 후생 등의 측면을 봐가며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위스키 소비 비중이 높지만 소비 패턴에서 위스키 비중이 점점 줄고 수입액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패턴이 좀 더 가속화하면 (위스키와 대체관계인) 소주 업계도 종량세를 수용할 수 있고 (증류주) 전체를 종량세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맥주와 막걸리 이외의 다른 주종은 종량세 전환이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에 종량세 전환에 반대했던 소주나 약주·청주·과실주 업계가 앞으로도 입장을 바꿀 요인이 거의 없어 업계 의견수렴 관문을 넘기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소주는 위스키 등과 과세체계에서 '증류주'라는 카테고리로 묶여 있어 종량세 전환 시 같은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 이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
지난 2000년 '주세 분쟁' 때 정부는 WTO 결정에 따라 모든 증류주의 세율을 72%로 일치시켰다.
따라서 일반 소주(희석식 소주)의 가격을 동결하면서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증류주로 한데 묶인 위스키, 보드카, 백주, 그리고 화요 등 증류식 소주의 세금을 지금보다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소주의 '대체재'가 생겨나 판매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소주 업계는 우려한다.
또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는 '고도주 고세율'이 원칙인 종량세 전환 시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
약주, 청주, 복분자 등 과실주 등도 와인·사케 등과 경쟁 관계인 점이 고려됐다.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한꺼번에 전환하면 비싼 와인과 사케는 세금이 크게 낮아져 약주, 청주, 과실주 등 우리 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기타 주류로 분류되는 와인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종량세 체계 설계가 쉽지 않고, 종량세 도입 시 고가의 수입 와인에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지는 점이 고려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호주와 터키가, 비OECD 회원국에서는 중국 등이 종량세와 종가세를 혼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호주는 종량세 방식으로 과세하되 포도주에만 종가세를 적용하고, 터키도 종량세로 과세하되 맥주만 종량세액을 최저한세로 하는 종가세를 적용한다.
나머지 OECD 회원국은 모두 종량세 방식이다.정부 용역을 맡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맥주와 탁주 외 나머지 주종도 종량세로 전환하되 시행시기를 5년 유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