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PK→중원…'양정철 동선'서 엿보이는 與총선전략

모레 인천서 박남춘과 면담…내주 김경수·오거돈과도
野 단체장 '협력' 끌어낼지 주목…'네트워크' 이미 제안
오늘 부원장들과 상견례…윤호중 "楊, 실세 돼 간다" 농담
"양정철을 보면 내년 총선이 보인다."정치권 내부에서 최근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말이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서 그의 위치를 빗댄 세평이기도 하지만 실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정계에 복귀한 이후 그의 광폭 행보에는 단순한 여당 정책연구원장의 역할을 넘어선 정치적 무게가 실린다.

실제 취임 후 첫 업무로 광역단체와 정책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나선 자체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얹고 있다.5일 민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양 원장은 오는 7일 오전 10시 30분 인천시 싱크탱크인 인천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양 원장은 지난 3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차례로 면담한 것처럼 인천연구원장과의 공식 행사 직전 박남춘 인천시장과 자연스럽게 만나 환담할 계획이다.

양 원장은 또 오는 10일 오전 11시 경남발전연구원, 11일 오전 10시 부산연구원을 방문하면서 각각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과도 만날 예정이다.13일에는 대전세종연구원 일정이 잡혀 있다.

양 원장의 동선은 전체적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선'과 일치한다.

다만 서울·경기·인천을 먼저 돌고, 부산·경남(PK)으로 내려갔다가 대전·세종으로 다시 올라오는 순서 자체가 의미심장하다.민주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에서 절대 내줄 수 없는 심장격인 수도권에 이어 최대 전략적 요충지인 PK,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충청 중원을 돌며 선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양 원장은 애초 PK로 가장 먼저 달려가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지사 등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해 수도권을 첫 방문지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이 앞으로 대구·경북·제주 등 야당 소속이거나 무소속인 광역단체장들로부터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 포인트다.

민주연구원은 이들 싱크탱크에도 이달 중하순께 업무협약을 체결하자고 이미 제안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업무협약을 통해 정책연구 시너지를 높이자는 취지기 때문에 제안에 응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야당 소속 단체장들도 '오픈 마인드'인 분이 많아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 원장 본인은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날 당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 행보를 왜 정치 행보로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단체장들과의 연쇄 면담에 대해선 "자리에 계시면 만나겠다"며 "(면담 일정은) 실무자가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다음 주 만나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 "제가 귀국하고 김 지사가 그 일(검찰 수사와 재판) 있고 아직 못 봤다"며 "가끔씩 안부를 묻는데 서로 바빠서 아직 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민주연구원 이사를 겸임하는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민주연구원 원장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부원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어서 원장단의 '상견례'를 겸했다.

오찬에는 양 원장과 김영진·이근형·이재정 부원장이 참석했다.

백원우·이철희 부원장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양 원장에 대한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 "양 원장이 자꾸 실세가 돼 간다"고 농담을 던졌으며, "앞으로 축하할지 위로할지 모르겠다고 할 만큼 고생해달라"고 격려했다고 참석자들이 통화에서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른바 '3철'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을 대표 특보단장으로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3철'의 귀환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의미있는 프레임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3철은 철 지난 얘기"라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안 계시고 문재인 정부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3철 프레임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