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준 사진전 '품'...갯벌에 울리는 음(陰)과 양(陽)의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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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사진가' 배현준씨의 사진전 '품(The Affair)'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나우에서 개막했다. 18일 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갯벌이라는 드넓은 자연에서 깨달은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12년 전부터 갯벌의 생명력과 미학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해 왔던 배씨는, 이제 한 걸음 나아가 갯벌에서 찾아낸 생명의 순환 원리를 보여준다.
배씨의 작품들엔 수 많은 형체들이 등장한다. 새발자국, 계곡, 분화구, 협곡 등 대자연이 빚어낸 비경과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것들은 모두 갯벌에서 음각과 양각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풍경이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배씨가 담아온 이 다양한 갯벌의 모습들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작가는 갯벌의 새 발자국을 카메라에 담으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분명히 음각인 새 발자국이 보는 위치를 바꾸면 양각으로 인식됐다. 빛의 각도에 따라 음각과 양각이 서로 바뀌어 보였다. 또한 갯벌에 새겨진 모든 형체들은 빛을 받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그림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즉, 음각과 양각이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동일하며, 서로에게 기대야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위를 우주로 넓히니, 밤이 있어야 낮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밤과 낮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동일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갯벌의 작은 새 발자국이 우리가 서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보통 예술가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피사체를 통해 나타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진가의 철학, 성향, 무의식 등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데 배씨의 경우 그 순서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이야기를 갯벌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 우주, 생명의 이야기를 갯벌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의 틀에 피사체를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 피사체에서 발견한 세상의 메시지를 관람자들에게 펼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자연이 된 체험 속에서 사진이 날 위로하는 날들이었다. 그런데 이젠 '철학하는 사진'을 꿈꾼다"고 말한다. 예술가로서 새로운 세계, 더 높은 차원으로 큰 걸음을 걸어 나아가겠다는 얘기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배씨의 작품들엔 수 많은 형체들이 등장한다. 새발자국, 계곡, 분화구, 협곡 등 대자연이 빚어낸 비경과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것들은 모두 갯벌에서 음각과 양각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풍경이다. 그런데 이 사진들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배씨가 담아온 이 다양한 갯벌의 모습들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작가는 갯벌의 새 발자국을 카메라에 담으며, 신기한 경험을 했다. 분명히 음각인 새 발자국이 보는 위치를 바꾸면 양각으로 인식됐다. 빛의 각도에 따라 음각과 양각이 서로 바뀌어 보였다. 또한 갯벌에 새겨진 모든 형체들은 빛을 받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그림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었다. 즉, 음각과 양각이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동일하며, 서로에게 기대야만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위를 우주로 넓히니, 밤이 있어야 낮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밤과 낮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동일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갯벌의 작은 새 발자국이 우리가 서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보통 예술가들은 자신의 세계관을 피사체를 통해 나타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진가의 철학, 성향, 무의식 등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그런데 배씨의 경우 그 순서가 조금 다르다. 자신의 이야기를 갯벌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 우주, 생명의 이야기를 갯벌에서 찾아내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자신의 생각의 틀에 피사체를 집어 넣은 것이 아니라, 피사체에서 발견한 세상의 메시지를 관람자들에게 펼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자연이 된 체험 속에서 사진이 날 위로하는 날들이었다. 그런데 이젠 '철학하는 사진'을 꿈꾼다"고 말한다. 예술가로서 새로운 세계, 더 높은 차원으로 큰 걸음을 걸어 나아가겠다는 얘기다.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