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10년간 미술 작업 부정당했지만…그 힘으로 그렸다"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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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개인전 앞두고 작품 소개구혜선이 10년째 이어온 작품 활동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반려동물 잃고 괴로움…3주간 약 처방받아"
"잘 보내줘야 겠다는 맘으로 그렸다"
배우 구혜선은 7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진산갤러리에서 진행된 전시회 '니가 없는 세상, 나에겐 적막' 개최 기념 간담회에서 "벌써 작품 활동을 한 지 10년이 지난거 같다"며 "그 동안 많이 부정당했는데, 그 힘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다"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회는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표현했다"며 "그동안 컬러 프로젝트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흑백이다"고 설명했다. 구혜선은 그 동안 드라마 '서동요', '열아홉 순정', '왕과 나', '최강칠우', '꽃보다 남자', '부탁해요 캡틴', '엔젤아이즈', '블러드' 등에 출연, 배우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뿐만 아니라 구혜선은 영화 연출, 그림, 에세이 집필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영역에서 대중들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오는 등 국내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HB엔터테인먼트가 론칭한 최신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치비티비(CHIBI TV)를 통해 '백수일기'를 선보인 구혜선은 영상에서 그녀만의 러블리한 매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편안한 일상 속 자연스런 모습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백수일기'의 시즌2인 '반려일기'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니가 없는 세상, 나에게 적막'은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 구혜선이 아닌 외로움, 적막감, 불완전함을 살아 가는 인간 구혜선이 표현하는 예술을 담았다. 전시 제목 역시 구혜선이 직접 지었다.
7월 28일까지 무료로 진행된다.다음은 구혜선 일문일답▲ 이번 전시회에 대해 소개한다면
제가 키우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 마음이 많이 무거워서 그 상태로 그렸던 그림들이다. 그동안 제가 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번엔 어떤 색도 생각나지 않아 검은 색으로 정하게 됐다. 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서 '적막'이라는 주제로 그렸다.
▲ 이번 작품의 특징을 설명해준다면그림엔 제가 갖고 있는 강박들이 습관화되서 인생에서 뭘 해야한다는 속마음을 표현이 많이 됐다. 도형은 저의 관습, 저의 틀이고 선은 저를 흐트러트리는 생각으로 봤다. 여기에 반려동물을 잃은 후에 느낀 어두움이 더 많이 표현됐다. 제 눈앞이 깜깜했던 현실을 반영한 추상화인거 같다.
▲ 반려동물을 잃고 많이 마음이 아팠던 거 같다. 그 슬픔을 어떻게 이겼을까.
가족이다 보니 2-3주간 앓아 누웠다. 몸살도 나고, 병원 도움도 많이 받았다. 약도 먹었다. 그렇게 2-3주 아프다가 반려 동물을 많이 키우다보니 남은 아이들도 챙겨야 해서, 엄마로서 이겨내려 한 게 있다. 제 마음보단 아이들에게 집중하면서 작업했다.
▲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가 됐던가.
치유를 하려 했던거 같은데 걸어놓고 보니 그런게 아닌거 같기도 하다.(웃음) 치유가 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좋아지고 있는 거 같다.
▲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는지 궁금하다.
주로 새벽에 한다. 낮엔 자고, 밤 늦게 작업을 하는 올빼미 생활을 한다. 고요한 시간에 하다보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그림을 그리면서 불교방송을 듣기도 했다.(웃음) 마음을 정화하고, 잘 보내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붙들었다. 종교가 없는데, 관련 팟캐스트도 들었다. 작업 기간은 한 달 정도다.
▲ 각 그림에 대한 모티브는 어디서 얻나.
그림을 그리다가 주제를 정한다. 그리다보면 그림에서 제가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게 주제가 된다.
▲ 작품활동한지 10년됐더라. 꾸준히 활동하면서 선입견이나 이런 것들도 없어진 거 같더라.
하다보니 그렇게 됐더라. 저는 대중에 부정당하는 힘으로 작품을 했던 거 같다. 뭔가 인정받지 못하는 감정이 되려 작품활동을 하는 것에 큰 힘이 됐다. 그래서 부정의 힘으로 작가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부정당할 때 심경은 어땠나.
슬펐다. 20대 땐 '내가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은 보다 객관화된 거 같다.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 같다. 냉정하게 돌아봤을 때 '나같아도 내가 싫었겠다' 이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웃음)▲ 그림 외에도 음악이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그때그때 감정들을 표현하는 거 같다. 그때의 감정을 보고 그걸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작업할 땐 굉장히 괴롭다. 그래서 하고나면 항상 몸살을 앓는다. 아프니까 '다신 하지 말아야지' 이런 마음도 갖는데, 그러다가 또 하게된다.(웃음) '분홍신'이라는 동화가 있지 않나. 춤을 추기 싫은데 계속 춤을 추는 것처럼 하기 싫은데 계속 손이 움직이고. 그런걸 이번에 많이 느꼈다.
▲ '마리 이야기 & 미스터리 핑크'라고 소설도 쓰지 않았나.
7-8년 정도 전에 쓴 시나리오였다. 20대 때 미친 연애를 했던 순간을 담았다. 결혼하고 20대 연애담을 쓴 게 민망하기도 한데.(웃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화하지 않아서 소설로 썼다. 그때 감정은 지금 나오지 않아서 재밌었다.
▲ 배우 구혜선은 어제쯤 볼 수 있을까.
배우를 하고 싶은데, 역할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저도 고민하고 있고, 많이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걸 하고 싶다. 이전에 했던 것들이 아닌. 그래서 대본이나 이런 것들을 보면서 집중하고 있다. 1년 6개월 정도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맞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 전시회를 끝나면 배우로 집중하는 시간을 갖겠다.
▲ 초대전에 남편 안재현의 응원이 있었다면?
오늘 제가 뭘하러 가는지 모를거 같다.(웃음) 작품 준비하느라고 운동하고 몸 키우느라 요즘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별 얘길 안했다. 아마 기사가 나간거 보면 무슨일 하고 왔는지 알거 같다.
▲ 전시회에 앞서 남편의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편 영향이 있었다. 같은 소속사를 선택한 건, 결혼하고 나니 아무래도 남편의 상황을 고려하고 조심스럽더라. 사실상 제가 하는 일이 남편에게 피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적했다.
▲ 벌써 팔린 작품도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에서 진행된 개인전은 시작과 동시에 완판됐고, 수익금을 기부해 화제가 됐는데, 이번에도 계획이 있나.
완판 될 때도 있지만 안팔릴 때도 많았다. 이전엔 그것들이 저에겐 짐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이것들을 지키고 나누고 이런 것들에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프로젝트라 반려동물 쪽에 쓰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어떻게 봤으면 하나. 항상 관람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투여해서 본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보면 즐거움을, 슬픈 감정이 있다면 슬픔을 볼 거 같다. 그저 즐겼으면 좋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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