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제주경찰이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의뢰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아 피의자 고유정(36)의 범행 수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고씨의 압수품에서 피해자 혈흔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독물 검사를 의뢰한 결과, '아무런 반응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전달 받았다고 7일 밝혔다.
피해자는 키 180cm, 몸무게 80kg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반면 고씨는 키 160cm, 몸무게 50kg가량으로 체격과 체력의 차이가 컸을 것으로 본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약독물을 사용해 피해자를 무력화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해왔다.
하지만 검사 결과 피해자의 혈흔에서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고씨의 범행 수법에 대한 의문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경찰은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내 혈흔 형태 분석 전문가 6명을 투입해 범행 장소로 이용된 펜션 내에 남아있는 비산 혈흔 형태를 분석, 어떤 범행이 벌어졌는지 추론하고 있다.
경찰은 또 고씨가 여전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범행동기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현장검증 없이 오는 12일 고씨를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과 펜션에 입실하기 전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범행 전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등을 다수 검색한 것을 확인, 고씨가 계획적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고씨를 상대로 현장검증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한 데다 실제 가능하지도 않다고 판단해 검찰과 조율 후 현장검증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보통 살인사건의 경우 현장검증을 통해 구체적인 범행 재연 상황을 검토하지만 사정에 따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압수한 증거물품과 수사내역 만으로도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신 수색과 범행동기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